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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바라기 Oct 22. 2023

1. 가족과의 낯선 동거를 시작하다

엄마가 고깃집 사장님이 된다고?

스무 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익숙했던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올라갔다. 기숙사는 내 집이 되었고, 기숙사 룸메이트는 내 동거인이 되었다.


대학 4년, 인턴 1년, 취준 1년 총 6년이라는 시간을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살았고 자취를 하게 되며 어엿한 부산시민이 되었다. 그런데, 자취방 2년 계약이 만료되었다. 백수이자 취준생이었던 나는 월세 및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때 나의 선택지는 단 하나,


본가로 내려가자!


그래, 본가로 내려가서 고정비를 절약하고, 취업 공부에 몰두해야 할 때이다. 월세와 생활비를 벌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을 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서 하루를 날리는 일이 허다한데, 시간과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나의 나약함과 게으름을 애써 무시한 거다.


그렇게 난 집주인과 중개인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고, 정리할 거라는 사실 내용을 통보했고, 부랴부랴 이사 정리를 했다. 그렇게 내려온 본가였다. 6년 만에 돌아온 나의 고향. 한결같은 나의 집.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시골에서 장사할 거야. 고깃집 장사."

 

엄마의 엄청난 통보를 받게 되었다. 오랜만에 본가로 내려온 는 예상치 못한 사실을 전달받았고, 놀란 표정을 숨길  없었다.


왜냐고?


엄마의 전적은 화려하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준비도 없이 급하게 가장이 되어야 했고, 부랴부랴 엄마는 딸 셋을 책임지기 위해 옷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쫄딱 망했다. 그 이후에도 작은 소품샵을 시작했고, 다시 망했다. 그래서 딸 셋은 장사라면 치가 떨리고 진절머리가 난다. 엄마는 장사의 '장'자도 꺼내지 않았고, 그 이후엔 계속 직원으로서 일을 했다.


난 옆에서 계속 반대하고 말리고 걱정했고, 첫째와 셋째도 전화로 카카오톡으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엄마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엄마는 개의치 않아 했고, 그렇게 본가로 내려온 지 3주 만에  시골에 엄마와 함께 정착했다.


분명 확실한 건데, 내 미래를 상상했을 때 엄마가 이사를 간다는 시나리오도, 엄마가 고깃집 장사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없었다. 그 무엇도 어느 하나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고,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다.


나만 엄마 곁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서울에 사는 첫째, 부산에 사는 막내도 함께 엄마 곁으로 컴백했다.  나갔던 딸들이 다 같이 돌아왔고 엄마의 육아는 'The End'가 아니라 'ing' 임을, 그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새롭고 갑작스러운 순간이 연속되었다.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는 걸까? 우리 가족은 어떤 길로 향하는 걸까. 우리 맞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걸까. 수많은 의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걱정과 셀렘이 함께, 불안함과 기대가 같이, 공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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