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소문
그 장면은 매일 아침 반복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뉴스에서 황사 경보가 있었는데, 얼마나 심했던지 마치 진공청소기 먼지봉투를 탈탈 털어주는 것처럼 하늘에서 먼지가 내리는 기분이 들 정도의 심한 황사와 함께하는 아침이었다. 그녀는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늘 입던 그 노란색 우비를 입고 달렸는데, 우비 속으로 땀은 쏟아져도 콧구멍으로 황사를 마시기는 싫었는지 우비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달렸다.
나는 숨 막히지 않을까 걱정을 했고, 동네 사람들은 그동안 품어왔던 각자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고 있었다.
저 미친년이 돌아도 완전히 돌았구먼
마스크까지 쳐 끼고 지랄이여.
미쳐도 좀 몸이 편하게 미쳐야지.
아이구 불쌍해라. 어째 어째.
등 온갖 악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그냥 아침마다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가, 어느 순간 모두에게 미친년으로 각인되었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누가 보더라도 미친년으로 보일 상황이었고 내 마음도 잠시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히죽 웃으며 바라보던 나도 그날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젊은 나이에
눈도 참 예쁜 사람이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을까?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그렇게 미친년에게 익숙해져 갔다.
각자 기다리는 버스 외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듯, 그녀는 버스정류장 앞을 지나가는 노란색 점 하나가 매일 지나가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
눈이 예쁜 미친년은 오늘도 달리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이 되면 저 미친년도 사라질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만약 계속 달리면 진짜 미친년이고, 저러다 죽기 전에 어디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저런 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도 점점 초조해졌다.
여름이 와서, 너무 더워져서, 미친년이 버티기에도 뜨거워져서. 그녀가 달릴 수 없으면? 내 사랑 우비소녀를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인가?
최근에 비가 내리지 않은 덕분에 거의 매일 만나고 있었지만, 아직 한 번도 말을 건네거나 눈이 마주치지도 못했다. 짝사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는 그녀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그렇다고 그냥 달리는 모습만 바라보며 살기에는 내 심장이 너무 두근거린다.
묘한 감정으로 매일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결심했다.
여름이 오기 전에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미친년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내가 미치기 전에 고백하기로!
미친년이 정말 미쳐서 계속 달리다가 숨이 차서 죽거나, 다행히 그 정도로 미친년은 아니라서 달리기를 멈추거나. 어떤 결과든 여름이 오기 전에 말을 걸지 않으면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달리기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달리기 속도 변화를 느끼는 내가 참 신기하고도 대견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실력 향상은 확실해 보여서 마음속으로 크게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계속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다.
며칠 전부터 그녀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문 따위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문 하나를 무시하면 새로운 소문이 들렸다. 모두 헛소리에 근거 없는 악성 댓글 같은 이야기라서 소문 따위 쉽게 무시할 수 있지만 우선 당장 고백을 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황사가 끝났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었다.
그녀도 마스크를 벗었다.
덕분에 그녀의 얼굴도 잘 보인다.
초여름으로 생각될 정도로 날씨가 상당히 더워졌다. 아직 버틸만한지 오늘은 평소보다 더 기분 좋은 얼굴로 내 앞을 지나갔다.
속도는 더 빨라졌고 달리는 자세도 조금 더 안정적이었다. 거친 숨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당장 고백하지 않아도 당분간은 죽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 안심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버스정류장에 사람도 많이 없고 자리도 하나 보여서 모처럼 앉아서 출근하는 날이 되었다. 그런데 나와 함께 버스에 탄 고등학생 두 명이 무엇인가 숙덕거린다.
“봤어?”
“뭐?”
“노랑우비광년”
“엉. 봤지. 미친년이 운동화 새로 샀더라?”
“광년이 운동화 샀는지 어떻게 알아?”
“씨발, 내가 사려고 했던 거랑 똑같아. 씨발.”
“어머. 재수 없네.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왜?”
노랑우비광년에 대한 이야기였다.
운동화를 샀다고?
나는 요즘 그녀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자책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내 친구 언니가 편의점에 일하는데 광년이 음료수 사러 왔었다고 하더라.”
“미친년도 목이 마르겠지.”
“그런데. 지갑 꺼내려다가 실수로 팔을 걷어 올렸는데!”
“미친년이 지갑은 들고 다니네?”
“아~ 좀 들어봐.”
“문신이라도 있어?”
“아니야. 팔에 칼자국 같은 게 잔뜩 있더래!”
“내 친구 아빠는 광년이 어깨에 잉어 문신 있다던데?”
“잉어?”
“어, 야쿠자 스타일 잉어 문신.”
“야쿠자? 야쿠자 딸이야?”
“아, 몰라. 어깨에 아가미 있으니 등판까지 몸통 이어지겠지.”
“어디서 봤는데?”
“아, 몰라. 광년이 우리 학교 선배라던데.”
“헉, 설마. 남자 교생 얼굴에 칼질했다던 그년 아니야?”
“아, 씨발. 몰라. 운동화 저거 사려고 했는데, 존나 짜증 나네.”
칼자국이라…
야쿠자 딸에다가 교생 얼굴에 칼질이라니...
장마노랑우비광년 004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