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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동호 Nov 01. 2020

에필로그_내가 사는 마을, 평촌

돼지를 부탁해

홍성은 축산 도시이기도 하지만 유기농 특구이기도 하다. 유기농이 마을의 보통 농사였기 때문에, 고라니 S는 어렵다는 유기축산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을 전체 수준이 높았던 것이, 본인의 토대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유기축산은 동물에게 약을 투여하지 않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유기농 사료를 구하는 것부터 판매하는 일까지 필요했다. 유기농 마을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라는 연대에 기반한 유통 단체를 만들었다. 고라니 S의 목장에는 젖소가 60마리 산다. 평균으로 보았을 때 작은 목장이다. 세계화 이후 값싼 축산물이 들어왔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면 도태되는 흐름이 되었다. 기계가 들어오고 규모가 커졌다. 농가 대출이 늘었다. 기업농이 생겨났다.  


작은 목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우유 가공을 했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어나면 사업을 확장하고 싶기도 할텐데 규모를 늘리지 않았다. 마을 주민을 직원으로 뽑고, 마을에 무슨 일이 있다면 물심으로 후원했다. 


‘평촌’은 평평했던 지대를 일컫는 우리 동네의 옛지명이다. 높고 낮음 없는 관계, 평화平和. 강자생존 시대에 평화를 만드는 일은 미련해 보이기도 했다.  


누가 누구를 키우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동물의 노예가 된게 아닐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존중하는 만큼 고생이 아니라, 가치가 있을 수 있었다. 가축을 기르는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터를 마련하는 일부터 먹이를 구하는 일은 물론, 잡는 일도 혼자 할 수 없었다. 나 잘났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웃들, 친구들과 관계되고, 도움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웃들의 포용과 여유가 필요한 일이었다. 마을이 필요한 일이었다. 공동체가 있었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 건강한 의존이 서로를 살린다는 걸 배웠다. 평화로운 생태계가 필요하듯 말이다.  


유기 축산, 동물복지, 소규모 영농, 나아가 대안 축산을 하고 계신 분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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