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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동호 Nov 01. 2020

22.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돼지를 부탁해


또다른 문제가 있다. 한국 정부는 국내 가축이 도축될 당시의 분변과 도체를 매년 검사하고 있다. 2019년, 소에게서 6~9퍼센트, 돼지에서는 47~55퍼센트, 닭은 15~21퍼센트, 수산용은 18~27퍼센트의 비율로 항생제 내성균을 발견했다. 


“설사가 가장 흔하고 무서운 병이야. 그래서 초기에 잡아야 하지. 전염성이기 때문에 같은 방에 있는 돼지는 모두 항생제를 맞아야 해. 항생제는 바셀린같이 끈적한데, 지용성이라 그래. 잘 흡수되지 않아. 항생제가 흡수되지 않은 살이 괴사한 것을 농이 난다고 해. 그 부분은 먹을 수 없어서 도체 가격이 떨어져. 항생제로 치료가 안 되면 항균제를 놓게 되어 있어. 그건 항생제보다 더 센 약이야.” 대기업 양돈장에서 일했던 친구가 말했다. 

축산물에 남아 있는 항생제 내성균을 직접 먹는 것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항생제의 80퍼센트는 배설물과 함께 배출된다. 분뇨에 포함된 항생제에는 정화 기준이 없다. 그 때문에 항생제는 하천으로 유입되고 축적된다. 항생제뿐만 아니다. 진통, 해열, 소염제, 호르몬제도 강으로 유입된다. 항생제를 포함한 의약물질이 지속해서 수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항생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는 수돗물 원수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학계의 경고다.


“기술 발전이 상황을 해결해줄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업계는 발전하는 기술을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는 쪽으로 써왔다. 정책을 통해 식품안전을 책임져야할 행정은 ’물가 안정‘과 ’경제 활성화‘이라는 구호 뒤로 숨는다. 


’따뜻한 기온에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는 증식하고,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전염병 발생은 더 빈번해질 것이다.’ 연구는 경고로 끝맺는다. 전염병의 잦은 발생과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이 불길한 만남을 막을 수 있을까. 그로인한 재앙은 자연스런 순서인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는 이제 시작이고, 지구가 더 뜨거워진다는 것에 과학계에 이견이 없다. 축산업은 자연 상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해냈다. 인류는 열광했다. 이 잔치가 가능했던 이유는 곡물의 대량 생산이었고, 그 힘은 석유에서 나왔다. 현대 인류는 유례없는 양의 축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에 거짓은 없다. 많이 얻으려면 많이 써야 한다. 인류는 기적을 이룬 것이 아니라, 내일의 열매를 끌어왔을 뿐이다. 업계는 부정하고 있지만, UN의 연구는 축산업의 온실가스 기여도가 수송업보다 크다고 말한다. 지금의 추세라면, 석유에는 보조금이 아니라 세금이 붙을 것이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는 이미 농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초장기 장마, 예측 불가능한 가뭄, 냉해, 폭우, 태풍이 더 빈번히 온다. 기후변화 시대는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해수의 온도는 상승했고, ‘양의 되먹임’을 통해 걷잡을 수 없는 단계가 올 수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기한은 2030년까지 별로 남지 않았다. 유럽에는 ’기후우울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한다. 개인이 어찌하지 못하는 큰 절망에,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고 있다. 나도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 지하수와 숲, 습지와 흙이 더없이 중요해지는데 세상은 반대로 가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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