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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동호 Nov 01. 2020

22.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

돼지를 부탁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치사율 100퍼센트에 가까운 돼지 전염병이다. 아프리카 돼지의 토착병이 유럽을 거쳐 중국으로, 한반도로 왔다. 세계는 좁아졌고, 전파는 빨라졌다. 성장률 중심으로 육종된 ‘단일 혈통’을 ‘밀집’시켜 놓은 현대의 축사는,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세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의 ASF는 2019년 9월 처음 발생했다. 잔반 속 오염된 고기를 먹어서라고도 했고, 야생동물을 통해 북한에서 내려왔다고도 하고, 해외에서 들어온 축산물을 통한 것이라고도 했다.  


역병을 막는 작업은 마치 전쟁과 같았다.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전선을 만들고, 축산 차량의 행적을 조사하고, 살균제를 살포했다. 보이지 않는 세균과의 싸움이었다. 코로나19의 교훈대로 바이러스는 어디서 묻어서 어떻게 퍼질지 완전한 추적이 불가능하다. 병이 발생한지 100년이 지났지만, 백신은 나오지 않았다. 백신이 없을 땐 예방이 최선이다. 가축 세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살처분이다. 땅을 파서 묻는다. 예방이라는 이유로 죽는다. 병에 걸린 축사, 3Km 반경 안의 모든 축사의 돼지는 살처분 된다. 돼지뿐만 아니라 개, 고양이, 참새도 죽는다. 전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던 곳에서 자라던 돼지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간다. 4개월 동안 30만 마리였다.  


공기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ASF는 체액 접촉으로 전파되었다. 이 지독한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도 오랫동안 생존했다. 야생돼지를 통한 전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같은 기간 사살된 멧돼지 수는 2만 마리다. 첫 발병으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동서로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철책이 쳐졌다. 바이러스의 남하를 막기 위해서다. 38선과 휴전선, 이후의 선은 바이러스 방지선이다. 병이 들어온 이상 종식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더 적극적으로 야생 멧돼지를 제거하라고 축산업계는 정부에 요구했다. 애꿎은 멧돼지의 운명이었다. 


날벼락이 떨어졌다. 돼지를 기르는 데 있어 당당하고, 건강에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가 될 수 있었다. 저지선 너머 충남 홍성에도 의심 증상이 신고 됐다. 홍성은 사육 밀집도로 보았을 때, 돼지 사육의 수도 같은 곳이다. 게다가 의심 증상 발생지가 하필 도축장이었다. 말하자면 핵폭탄 버튼 같은 곳이었다. 나조차 식은땀이 났는데 업자들은 어땠을까. 결과는 다행히 ‘음성'. 전염병 차단을 위해 돼지는 이동 금지가 되기도 하고 풀리기도 했다. 이동 금지로, 출하 시기를 놓친 돼지들이 이동 금지가 풀리면서 도축장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폭발적인 병목 상황에 돼지끼리 ‘압사' 당한 것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모두 안도의 숨을 쉬었다. 어쨌든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나머지 돼지를 처리해야 했다. 급하게 처리하느라, 제대로 보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가축들에게 전염병은 이미 일상이었다. 돼지와, 조류, 소 전염병은 계절마다 돌아오는 행사였다. 살처분도 반복 됐다. 0천만 마리. 보상금, 파산 농가 이야기가 신문에 나오고, 대형 축산 기업의 주가는 뛰었다. 동물은 무슨 죄를 지어 묻혀야 하나. 고기가 되기 위해 죽으나, 방역을 위해 죽으나 마찬가지 아닌가.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의 필요에 의해 쓰이고 버려진다. 


축산법에 따르면 일정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가축을 키울 수 없다. 환경오염과 전염병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 ‘일정 시설’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 자본의 속성은 수익 지향.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축산은 밀식 사육. 같은 공간에서 최대한 많이 키우기. 밀식사육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전염병은 계속 창궐할 것 같다. 밀식 사육을 전제로 만들어진 축산법이 환경오염과 전염병의 원인이다. 업계는 ‘값싼’ 축산물을 먹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한다. 싼 가격이 최초이자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과학은 돼지가 많은 면에서 인간과 비슷하다는 것을 밝혔다. 혈관계와 이빨, 심장, 피부, 소화계, 장기의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인간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돼지는 이종 장기 이식에 가장 적합한 종으로 꼽힌다. 우리는 염색체의 92퍼센트를 공유한다. 그런 이유로 돼지와 인간은 일부 질병도 공유한다.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문제는 지금의 바이러스가 아니라 앞으로의 바이러스다. ASF, AI, 구제역 보더 더 강한 바이러스의 출현하거나, 이들이 인수공통으로 변이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메르스와 사스, 신종플루 등 모두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인간과 동물이 같이 걸리는 병을 말한다. 인수공통은 동물과 인간이 연결되어 있음을 말한다. 미지의 바이러스는 야생으로부터 온다. 야생으로 들어가는 것은 인간 자신이다. 접점이 넓어지면서 종간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인수공통전염병의 출연은 2000년 이후로 급증하고 있다. 돼지는 종간장벽을 넘는 징검다리 동물이 된다. 면역력이 약한 돼지가 밀집해서 살고 있다. 바이러스의 눈으로 보면 거대한 진화 연구소가 주어진 것이다. 숙주가 인간이 된다면, 지구 생태계 제일의 서식지를 얻는 것이다. 


백신으로 모든 문제가 해피 엔딩 되면 좋겠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전세계 항생제의 70퍼센트는 동물에게 쓰인다. 2019년 정부의 모니터링에 의하면 국내 가축 항생제 판매 추정치는 약 천 톤. 축종별 사용 비율은 소 6~9퍼센트, 돼지 47~55퍼센트, 닭 15~21퍼센트, 수산용 18~27퍼센트. 도축 당시의 분변과 도체를 검사하면, 축종별로 사용 비율과 비슷한 수준의 내성균이 발견된다.  


돼지 축사에서 일했던 친구가 말했다. 설사가 가장 흔하고 무서운 병이야. 전염성이기 때문에 같은 방에 있는 돼지는 모두 항생제를 맞아야 해. 항생제는 바셀린 같이 끈적한데, 지용성 약품이라 그래. 주사로 놓는데도, 잘 흡수되지 않아. 항생제가 흡수되지 않은 살이 괴사한 것을 농이 난다고 해. 그 부분은 먹을 수 없어서 가격이 떨어져. 항생제로 치료가 안되면 항균제를 놓게 되어있어. 그건 항생제보다 더 센 약인건지, 돼지가 밥을 못 먹기도 해.


축산물에 남아있는 항생제를 먹는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항생제의 80퍼센트는 배설물과 함께 배출된다. “분뇨에 포함된 항생제에는 정화 기준이 없다.” 항생제는 하천으로 유입되어 축적된다. 항생제 뿐만 아니라 진통, 해열, 소염제, 호르몬제 같은 물질도 강으로 유입된다. “항생제를 포함한 의약물질은 지속해서 강물을 오염시킨다. 우리나라 하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항생제, 슈퍼박테리아와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수돗물 원수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의 발전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업계는 지금까지의 기술을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는 쪽으로 써왔다. 연구 결과들은 따뜻한 기온에서 슈퍼박테리아는 더 증가하고, 지구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전염병 발생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였다. 인수공통전염병의 빈번한 발생과 인간에게 올 수 밖에 없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이 터널의 끝은 어디일까. 결국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우린 다시 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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