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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후두둑

by 제제

“후두둑”

나무가 제 몸에 쌓인 눈을 가볍게 털어낸다.

더는 감당할 수 없는 눈의 무게를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털어낸다.


'앗, 차가워.'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순간 깜짝 놀란다.

'너, 나한테 왜 이래.' 라며 투덜대다가

스치는 생각 하나.


누군가 감당하기 버거운 아픔이나 슬픔을 털어내기 위해 애쓸 때, 무심코 방금처럼 말한 적이 있었던가.잠깐의 그 차가움조차 이해 못하고

‘나한테 왜 이래.'라고 퉁명스레 되물었던거 아닌가.


도톰한 패딩 점퍼를 입었는데도 어쩐지 등이 서늘해졌다.


(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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