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진담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학창 시절에 글 좀 쓴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백일장에서 상을 받아본 적도, 글을 잘 써서 어떤 혜택을 받아본 적도 없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라고 할 만큼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꾸준히 글을 써 온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꽤 오랫동안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볼품없는 문장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생각한다.
아, 정말 글을 잘 쓰고 싶다.
초등학교 때 매일 일기 쓰는 과제가 있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어제와 그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을 보낸 날이면 동시를 썼다. 보통 일기는 아무리 짧아도 최소 5~6줄 이상은 써야 하지만, 시는 몇 개의 단어와 짧은 문장으로 행을 띄어 쓰면 얼추 공간도 차지하면서 폼도 났다. 그런 연유로 당시엔 일기장에 종종 시를 썼다. 성인이 된 후에도 어릴 적 일기장에 동시를 쓴 기억은 나를 조금은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좋은 에피소드가 됐다.
몇 년 전,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예전 일기장을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읽다 보니 ‘동시’를 쓴 페이지가 나왔는데 첫 문장은 늘 이렇게 시작됐다. ‘오늘은 동시를 써 보았습니다.’
사실 시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지만 한편으론 으쓱했다. 다른 시는 또 뭘 썼을까 궁금해서 부지런히 일기장을 뒤적이다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앞에서 썼던 시와 거의 비슷한 –고작 한 문장 정도 바뀐- 시가 뒤에도 여러번 반복해서 나오는게 아닌가.
곰곰 생각해 보니 그때 내가 동시를 쓴 건 그저 일기 쓰는게 귀찮아서였고, 심지어 매번 새로운 시가 아닌 기존 시를 조금 수정해서 ‘동시 돌려막기’로 일기장을 채웠던 것이다. 내게도 조금은 작가적 소양 같은게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렇게 진실이 밝혀지며 빛을 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은 뒤로 하더라도, 사실 난 글을 매일 같이 부지런히 쓰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데 왜 아직도 ‘글을 쓰는 나’를 놓을 수 없는 걸까. 어쩌면 초등학생 때 동시를 썼던 진짜 이유처럼, 사실 나는 글을 쓰고 싶은게 아니라 글을 쓰는 내가 멋져 보여서 그런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시끌시끌해졌고, 질문의 답을 찾기가 두려운 나는 자꾸만 도망쳤다.
다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쓴 글은 아직 보잘것없고 아름답지도 않지만, ‘글을 쓰는 나’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아주 조금은, 아주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괜찮은 사람이라니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걸까. 역시나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