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지는게 아니라...

일곱 번째 진담

by 제제

고등학교 1학년 때 내 짝꿍은 그림을 무척이나 잘 그리는 친구였다.

덕분에 꽝손인 나는 미술시간마다 비교의 대상이 되었는데,

사실 모두가 그 아이의 그림에 감탄했을 뿐

굳이 나와 비교 평가한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매번 쭈그러들었다.

그 친구의 빛나는 재능이 마냥 부럽고 질투가 났다.


헌데 비단 미술시간 뿐이 아니었다.

체육시간이나 음악시간, 또 백일장에서도

운동을 잘하거나 노래를 잘 부르거나 글을 잘 쓰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예체능에 재주가 없던 내게 그 친구들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세상에는 질투할 대상이 왜 이리도 많은지.

그 모든 것이 다 부럽고 샘나던 시절,

누군가의 빛나는 재능 앞에서 내 마음은 자주 어둑어둑해졌다.


내가 반드시 모든걸 잘해야 하는 것도

잘할 수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부족하고 못난 나를 받아들이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그들처럼 반짝이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의 주변부를 자주 기웃거렸다.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는 것도 꺼려하면서

대학에 가서 뜬금없이

아카펠라를 부르는 노래패에 들어가, 대학 3년을 꼬박 그곳에 바쳤다.


졸업 즈음에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드럼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고,

처음 알게된 메탈 밴드의 음악을 듣고

그곳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올렸다.


회사를 다닐 때는 기본 콘티는 커녕

간단한 스케치도 못하는 내가 너무 답답해서

그림 수업을 몇 개월 간 들었으며 (여전히 그림은 잘 못그린다.)

처음 써보는 DSLR 카메라로 행사 사진을 찍어야 할 때는

문화센터에서 사진 강의를 듣고 여기저기 출사를 나가기도 했다.


내가 동경하는 예술의 세계에

조금이라도 발 딛고 싶어서, 어떤 때는 또 필요에 의해서,

나는 그 주변을 계속 맴돌았고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은 자주 가라앉고 어두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던 그 마음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기에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음을 이제는 안다.


물론 이걸 알았다고 해서

급 깨달음을 얻거나 질투의 마음이 사라지는건 아니지만.




다음주에 있을 공연 무대에 그림 작업이 필요해서

아는 언니가 물감과 도구를 챙겨서 스튜디오에 왔다.

취미로 그림을 그린지 벌써 20년이 넘었다는 언니 앞에서 연신 '부럽다, 대단하다' 를 남발하며

예전에 내가 몇 달간 그림 수업 들었던 얘기를 풀어 놓았는데,

쏘쿨한 언니가 웃으며 이렇게 한 마디 던진다.


계속 하다보면 늘어. 처음에 진짜 못 그리던 사람들도 3년 하면 다 늘더라.
남들이 봤을 때 '그림 잘 그린다' 하는 정도가 되더라구.


역시, 그러니까 일단은, 계속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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