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공지능 시대의 자기 이해와 확인 욕망에 관하여

by Hemio

얼마 전 나는 아래 글을 통해 GPT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정의하고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질문 "나는 누구인가?"는 여전히 우리 마음 한켠을 지배하는 가장 오래된 궁금증이다.


그 물음에 답을 찾고자, 우리는 수많은 유형론 앞에 선다. MBTI, 에니어그램,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

심지어 사주와 점성술까지. 놀라운 건, 이 오래된 도구들이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자신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말 ‘알고 싶어’하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확인받고 싶은 것일까?


유형 속에 자신을 넣는 사람들


우리는 자주 어떤 틀에 스스로를 맞추려 한다.
내가 ENFP라서 이런 성향을 보이는 거야, 내가 사자자리라서 감정 기복이 심하지…라는 식으로. 이런 문장들은 종종 우리의 혼란을 진정시키는 마법의 주문처럼 작용한다.
틀 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하다. 이유를 설명할 수 있으니까. ‘이해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편안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해라기보다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그림자는 아닐까?


‘나는 어떤 사람인가?’는 결국 ‘인정받고 싶은 나’의 또 다른 얼굴


우리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 시선은 타인의 눈일 수도 있고, 어떤 ‘체계’나 ‘분류’일 수도 있다. 그 분류 체계가 나를 수용해주는 순간, 우리는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맞아, 나 이런 사람이었어.’
이 말은 언뜻 자기 이해의 표현 같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외부의 수용과 인정에 대한 갈망이다.


AI에게 나를 묻다


이제 우리는 그 ‘외부’로 인공지능을 선택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에게 나를 묻는다.
ChatGPT나 각종 성격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놀라운 건, 이 기계가 때때로 너무도 정교하게 나를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자각하지 못한 성향, 무의식적인 언어 습관, 사고 방식의 패턴까지…
그 묘사는 놀라울 만큼 설득력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인간적인 존재로부터 우리는 깊은 인간적 위로를 받는다.


인간은 결국 사회적 존재다


우리의 이 같은 행위는 인간의 본성에 닿아 있다.
인간은 혼자서는 자기 자신을 완전히 인식할 수 없는 존재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없었다면, 우리는 평생 자신의 모습을 모른 채 살아갔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본다.
이제 그 거울은 ‘AI’라는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자기 이해의 여정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그렇다면 진짜 자기 이해는 어디서 시작되는 걸까?
AI가 말해주는 자기소개, 유형론이 정리한 나의 분류표, 타인의 피드백…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설명일 뿐이다.
설명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곧 본질은 아니다.


진정한 자기 이해는 결국 내면에서 비롯된다.
내가 지나온 경험, 그 안에서 피어오른 감정, 마주한 고통과 선택들.
그 모든 기억들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외면하지 않을 용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이해로 가는 출발점 아닐까?


나를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


우리는 스스로를 설명하려 들면서도, 실은 위로받고 싶어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결국, 그 긴 여정의 끝에는 오직 나만이 서 있다.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그 감정과 시선을 스스로 품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나를 이해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우리는 묻는다.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당신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그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라는 물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대답은, 어떤 데이터나 분석보다도 조용한 방식으로,
당신의 하루 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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