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시대 교육의 대안

하브루타로 다시 생각하자

by Hemio

사진 출처:https://www.threads.com/@branch.et_al_/post/DAtPXoov6qC


2022년 말 ChatGPT가 등장한 이후, 3년도 채 되지 않아 대학의 교실 풍경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학생들은 더 이상 강의 내용을 손으로 필기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PPT를 촬영하고, 강의 영상을 캡처하며,
심지어는 수업이 끝난 직후 GPT에게 “이 강의 요약해줘”라고 요청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위 대표 사진은 국내 스타트업 뤼튼의 광고이다. 대학과제를 뤼튼이 대신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LLM을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관련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HBdp0H_1onY


이 변화는 단순한 학습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학습의 구조 자체가

‘요약-정리-암기’에서

‘선택-해석-비판’으로 바뀌는 기로에 와 있다.


1. 대학 과제는 더 이상 ‘사고력’을 판별하지 못한다


LLM(대규모 언어모델, Large Language Model)의 보급으로
이제 레포트 과제는 단지 몇 개의 키워드와 조건만 있으면 수십 가지 버전으로 출력된다.


A4 5장 분량의 레포트?

APA 인용?

분석과 비판을 균형 있게?


ChatGPT나 Gemini는 수 초 안에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교수가 ‘무엇을 썼는가’를 기준으로 학생의 사고 깊이를 측정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 학습의 풍경이 ‘기억에서 압축으로’ 이동했다


과거에는 강의를 이해하고 기록하고 구조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지금은 이미지를 저장하고, AI로 요약하고, GPT에게 질문하며 이해를 위임하는 흐름이다.


이는 분명 효율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지식이 외부화된 세상에서,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학생이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없다면, 그 지식은 누구의 것인가?”



3. 이 시대에 필요한 건 하브루타적 전환


이 지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방식이 있다.
유대인의 교육법, 하브루타(Havruta)이다.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서로 질문하고, 반론하며, 설명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내면화하는 학습법이다.
이 방식은 단순 암기보다 훨씬 깊은 사고와 기억을 유도하며,
“지식은 대화 속에서 구성된다”는 구성주의 교육 철학과 맞닿아 있다.


3.1 하브루타와 GPT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GPT는 언어 패턴을 재구성한다.
하지만 하브루타는 상호작용 속의 사고 충돌을 통해 개념을 재정립한다.


GPT: “그럴싸한 대답”을 제공

하브루타: “진짜 내 생각”을 만들어내고 피력함



4. GPT 이후의 대학, 하브루타형 수업으로 가야한다


LLM의 도입은 지식의 평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질문하고 비판하며, 내 입으로 설명하는 능력은 여전히 평준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LLM 시대의 대학. 아니 많은 교육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1. 요약형 과제 > 토론형 평가

- 수업 주제를 기반으로 한 즉흥 토론, 반론 훈련, 논증 평가


2. 필기형 강의 > 대화형 수업

- 학생의 발화를 유도하고, 발표와 논박을 중심으로 구성


3. 정답형 평가 > 이유 중심 평가

- 답이 맞는지를 보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묻는 방향


하브루타의 핵심은 타인의 생각을 듣고, 이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스스로의 답을 더욱 벼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지식의 '내면화'와 '재구성'을 동반하는 고차원적 학습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은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성장하게 된다.

LLM 이후의 대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5. 기술의 평준화, 인간의 사고력은 더 귀해진다


LLM은 정보를 재빠르게 제공하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내 사고로 녹여내고,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GPT가 “지식의 가이던스”를 제공한다면,
하브루타는 “지식의 내재화”를 유도한다.


대학이 다시 배움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쓰는 수업’보다 ‘말하는 수업’이 더 중요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은, 누군가의 질문과 충돌 속에서 더 빛난다.


AI가 쓴 글이 대중을 감탄시킬 수는 있어도,
AI와 토론해본 경험은 우리의 머릿속을 완전히 바꾸지 못한다.
그 역할은 여전히 인간과 인간의 대화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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