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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Oct 26. 2022

한국 맞습니다(산너미목장)

목장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정겨움이 느껴졌다.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따뜻함이 느껴진다랄까.

목장에 가면 왠지 과잉상태인 지금의 나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이 지금만큼 유명하지 않았던 때에 찾았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뛰노는 자유로운 염소들을 보고 올 수 있겠지. 란 생각으로

자연의 광활함을 보고 싶었고, 그곳에서 덩달아 자유롭고 싶던 차였다.

아직 채 봄이 되지 않은 겨울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강원도니 춥겠고, 산촌이라 하니 더더욱 춥겠지라는 생각으로

단단히 채비를 해서 출발했다.





목장까지 올라가는 여정이 쉽지 않았다.

차 하나면 어렵지 않게 즐기며 올라갔겠지만

카라반을 뒤에 달고 올라가려니 올라가는 내내 이런 스릴이 또 없겠다 싶을 정도였다.

내 무게라도 빼야 잘 올라가지 않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평소보다 내 몸이 백 킬로는 더 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외길에 앞서 오는 차라도 마주칠까 불안불안, 전전긍긍.

그런데 차창 너머 저쪽 산등성이에서 여유롭게 걷고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거뭇거뭇한 게 흑염소들이 끼리끼리 모여있는 모양새 같았다.

그 귀여움이 보이자마자 미소가 번졌다.

조바심은 어디로 가고 녀석들이 빨리 보고만 싶어졌다.

녀석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커져갈수록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여기서는 무얼 해도 다 묵인될 것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처음 마주하는 것은 산너미목장의 산장이였다.

위용한 자태가 씩씩해서 좋았다. 이 정도는 되어야 산을 지키지 싶은 게 딱이다 싶었다.

안내를 받고 정박할 곳을 찾는데 토끼들이 뛰어놀았다.

다람쥐들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말랑말랑한 아기 강아지들까지 저쪽에서 앙칼지게 짖어댔다.

역시 사랑스러움이 넘치고 악함이란 없는 곳이었다.




장소는 사람을 닮는다고 했다.

집은 사람을 담는 곳이다 보니 그 안의 사람을 닮을 수밖에 없다고.

이곳의 주인 분들이 어떤 분들 일지 가늠이 되는 순간이었다.

구태여 알아보지 않아도 선한 마음이 전해져서 덩달아 여기 있는 나도 착해지는 것 같았다.

부대끼는 사람들이 번거롭고 피로하게 느껴졌었는데 이곳을 거니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먼저 말을 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루 중 가장 선명해지는 시간에 꼭 들려야 하는 곳으로 산책을 갔다.

녀석들과 가는데 캠 장지기 콩이가 따라오고, 또 다른 강아지도 따라온다.

여기를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올라 다녔을 녀석들이어서 그런지 산타는 모습이 날쌔다 못해

산신령처럼 휙휙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녀석들 따라가는 재미로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육십마지기에 도착했다.

산 아래 놓쳤던 것들까지 모든 게 내 발밑에 여과 없이 펼쳐졌다.

자연이라는 품 안으로 와락 안기고나니 주책없이 눈물이 차 올랐다.

쨍한 정오의 햇빛과 어우러지는 세상들에 눈이 부시고 마음이 부셨다.

밖으로 향해만 있던 예민한 촉수들이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날 서있던 감정들이 일순간 누그러졌다.





여기 오길  잘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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