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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Oct 26. 2022

on the road(단양생태공원)


우리는 노지 캠핑을 주로 한다.

캠핑장을 다니면 불편함이야 덜하겠지만 중형견 2마리와 카라반까지 수용해주는 곳은 그리 많지가 않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노지 캠핑을 주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날 것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매번 다르게 쓰이고 읽히고 있다.




길 위에서 생활하면 계절에 앞서는 자연의 변화에 일찍 눈치를 채기 시작한다.

생활이 밖으로 나서니 더욱 민감해진 탓일까.. 짙어져야 가능했던 절기의 변화에

이제는 조금만 바뀌어도 금세 알아차리게 되었다.

재빠르게 알아채고 추측하는 시간들.

우리는 산책을 하며 함께 그날의 날씨를 맞추고 계절을 맞추고 바람을 맞히는 일들을 한다.





노지는 전기가 없다.

물도 역시 충분치 않고 사실 없을 때가 더욱 많다.( 집에서 미리 필요한 만큼의 양을 담아간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곁에 있었기에 불편한 줄 모르고 썼던 것들이 한정적이 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것들을 주어진 양에서 쪼개어 쓰고, 체계적으로 나눠서 쓸 수 있게 두뇌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횟수를 거듭할수록 그것들을 제법 잘 해결해 나가게 된다.

어느 날은 딱 떨어지게 정확하게 사용할 때도 있는데 그 순간에는 묘한 쾌감마저 생긴다.

다소 어색한 과정들이 불편하기보다 재미있게 느껴진다.


필요한 만큼의 물을 쓰고, 꼭 써야 할 만큼의 전기를 사용하는 것.


불편함이 감사함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충분하다고 해서 당연한 것이 아니고, 넘친다고 해서 다 주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길 위에서 배우게 된다.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음을 경험을 통해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길 위에서의 생활이 불편하다고만 생각될까 염려스럽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이 여기에 있다.


어느 날에는 몸을 쓰는 일이 몹시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소 무거워진 몸을 부지런히 사용함으로써 잡념을 잊는다기보다

그 잡념에 단단해질 마음의 근육이 강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촘촘히 단단하게 만들다 보니 별일 아닌 일들은 별일 아니게 되고, 세상에 그다지 큰 일이란 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일들의 크기가 별일 아닌 크기로 되어 버리고 나니 크게 걱정할 일도, 크게 화가 날 일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궁극적으로는 세상이 한결 쉬워지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또 나의 아이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불편함을 잊게 만들 만큼 더 많은 것들이 그 속에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의 시간과 기억들의 얼개 위로 우리의 현재가 흘러가는 시간이 그저 좋게만 느껴졌다.






이곳을 노지 캠핑을 하는 캠퍼 치고 거쳐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캠퍼들에게는 친절한 곳이다.

캠핑을 처음 즐기는 분들, 혹은 노지를 처음 나서는 분들에게 우리는 매번 이곳부터 추천한다.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곳이다.


언제 와도 머물 곳이 있다.

주말에 좋은 곳들은 자리다툼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날조차 자리가 있는 곳이다.

근처에 개수대와 화장실, 쓰레기 처리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것만 해결되면 그다음은 모든 게 괜찮아진다.

거기에 산수화 같은 풍경과 긴 산책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터, 가까운 곳에 재래시장까지 있으니

이곳을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지가 처음이라면 여기서 캠핑을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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