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직장 생활면서 직장상사와 집이 같은 방향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난 인천 끝, 직장 동료는 대부분서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철 방향까지 같은 상사를 만나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퇴근을 같이 하게 될까 봐'
다행스럽게도 근무시간 차가 있어서 신경을 덜 썼는데, 어느 날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퇴근시간이 지나도 집에 가지 않던 상사가 결국 나와 퇴근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난근무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됐기 때문에 직원들과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 함께 다니면서 친해지면 좋다는 건알지만,내키지 않는걸 억지로 하기 싫었다. 왜냐하면,
일주일 만에 파악한 내 상사라는 사람은 상대방을 위하는 척하면서 생색을 엄청 냈고,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특히 웃으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며 말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과 함께 퇴근하고 싶겠는가?
드디어 퇴근길...
"나랑 퇴근하기 불편하죠?"
'가뜩이나 불편한 마음으로 가는데, 뭐 이런 질문까지 할까?' 생각하며 걸었다. 그런데 점점 우리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상사의 걸음이 어찌나 빠르던지 따라가는 데 숨이 찰 정도였다. 나도 느린 걸음이 아닌데 상대방을 신경도 안 쓰고 혼자 가고 있는걸 보면서, '역시 배려 없는 사람, 저렇게 혼자 갈 거면 왜 같이 가자고 했을까?'상사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다음부터는 절대 같이 가지 않겠노라!'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상황이 또 벌어졌다. 퇴근시간이 됐음에도 가지 않고 있다가 나에게 건네는 말,
"오늘 저녁 먹고 갈래요?"
"네? 어쩌죠. 오늘 부모님댁에 가기로 해서요"
"그래요? 오늘 신랑이 야근이라 저녁 먹고 온다고 해서 같이 저녁이나 먹고 가려고 했지. 그럼 같이 퇴근해요!"
"아! 어쩌죠? 아버지가 곧 오실 거예요"
'맙소사! 나에게 이런 순발력이?' 재빠른 대답에 놀랄 정도였다.나도 상사의 위치에 있어봤기 때문에 거절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서 죄책감까지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함께 있으면 불편한 사람과 퇴근하느니 거짓말이라도 해서 그 순간을 넘기고 싶은 내 마음도 절실했다.
불편한 마음을 가득 안고 집으로 가는 길, 문득 신문사 근무할 때 일이 생각났다. 국장님들은 퇴근 시간 10분 전, '회식하자'라고 제안했다. (회식 자리에서 들어보면, 대부분 배우자와 싸운 직후였다)그럼, 직원들은 눈짓과 고갯짓으로 얘기한다. '가? 말아?' 서로 눈치싸움 하다 결국 끌려(?) 갔다.억지로 간 회식자리에서많은 일들이 벌어지고는 했었는데... 집에 가서 하시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