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다. 혹시 내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부모님까지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한다. 특히 엄마는 희귀병을 앓고 계시기 때문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명절도 곧 다가오기에, 지난 16일 코로나19 백신 (동계 주사)을 맞았다. 약간의 열감과 두통이 있긴 했지만 특별한 후유증 없이 보내고 있다.
딸이 백신 주사를 맞았으니 걱정하실 것 같아 밤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먼저 엄마와 통화를 하다 전화를 끊을 무렵, 아빠와 통화를 했다.
"주사 맞고 괜찮냐?"
"네. 저는 3차까지 주사 맞았어도 특별하게 아프지 않았잖아요.... (중략)
계속 내가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와 아빠 목소리가 같이 들렸다.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안 들려"
"아빠 보청기 빼서 안 들려!"
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보청기를 빼면 듣는데 어려움을 느끼신다.
우리 아버지는 철강 회사에 다니셨는데, 회사에서 자녀에게 등록금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단, 자녀가 직접 수령해야 함)가 있어서 아버지 회사를 종종 갔었다. 지금도 난, 그 처음이 선명하다. 아버지가 철강 회사를 다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곳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놀람이 꽤 오래간 것 같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다가왔고, 이런저런 지시를 받는 것 같았다. (우리 아버지는 회사에서 꽤 능력 있고 인정받는 인재였다) 공장 안을 살펴보니, 큰 장비들이 많아서 위험해 보였고 너무 시끄러워서 그 안에 계신 분들이 모두 꽤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특히 울아버지 목소리가 제일로 컸다. 그 모습을 보면서 평소 아버지 모습을 이해하게 됐다.
큰 목소리로 말하던 아빠 모습,
투박했던 아빠 모습,
작업복 입은 아빠 모습...
등등
정년퇴임을 하셨어도 회사의 부름에 오랫동안 더 일하셨다. 오랜 시간 철강회사에 근무하면서 멀쩡했던 귀는 제 기능을 잃었다. 직업병인 이명으로 아직도 고생하시고, 작게 말하면 들리지 않아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신다. 엄마도 아버지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때로 화를 내신다. 아빠는 잘 안 들리니까 속상하고, 엄마는 못 알아듣는다고 화내고...
집에서 계속 투닥대지만, 밖에 나가게 되면 두 분은 찰떡콤비다. 은행, 마트 등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엄마가 말하고 아버지한테 설명한다(물론 보청기를 끼면 이런 일은 덜 함). 엄마가 아프니까 아버지가 힘을 더 보탠다. 두 분이 같이 계시니 그나마 안심이지만, 언제나 불안하다(부모님은 내 걱정, 나는 부모님 걱정)
내가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이유는 능력 있는 아버지와 열정 넘치는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고생하셨지만, 자식인 나만 호강해서 죄송스럽네.
그동안 살면서 부모-자식 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과거는 잊고 좋은 것만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자'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