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절연가족 02화

내 아버지는 블루 칼라다.

부모가 일하는 모습을 자식이 꼭! 봐야 하는 이유

by 퍼플슈룹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자주 싸웠고, 집에서 화목함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런 집이 싫었고,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은 더 싫었다. 특히 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가만 생각하면, 좋지 않았다기보다 말 없고 늘 바빴던 아버지와 마주 보고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기에 이렇게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주말에 집에 있는 날이면 잠만 자고, TV만 보느라 대화할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대화가 더 줄었다. 대화라고 해 봤자 '공부 잘하고 있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냐?' 등 겉도는 얘기뿐이었기에 피하기 일쑤였다.


평상시 말이 없던 아버지가 술 마시고 오면, 간식을 사 들고 와서 자고 있는 삼 남매를 불러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도 했고, 용돈을 주기도 했다. 우리는 용돈만 받고 피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서 몰래 방문을 열어 보면,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싫어했던 엄마가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았다. 그렇게 한바탕 전쟁이 끝나면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 가요무대를 보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찌나 안쓰럽던지.


나는 살금살금 걸어 나가 그 옆에 앉아 말동무가 되거나 노래 동무가 되어 드렸다. 내가 트로트를 많이 알고 있는 이유가 여기서 시작되기도 했다.


'이미 와버린 이별인데, 슬퍼도 울지 말아요~'






우리 아버지는 파이프 회사에 다녔다. 회사에서 국내, 국외에 공장을 짓게 되면 설계부터 모든 것을 책임졌다. 현장 업무는 기본이고, 행정업무까지 능숙했기에 여러 회사에서 스카우트를 제안받고 이직을 몇 차례 하셨다. 때마다 승진은 기본, 연봉은 쭉쭉 올랐다.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아버지였지만, 나와는 데면데면했다. 이랬던 내가, 마음의 변화를 느낀 건 고등학교 때였다.


어느 토요일 삼 남매는 아버지 회사에 같이 가게 됐다. 우리를 회사 마당에 내려놓고 아버지는 무척 시끄러운 곳으로 들어갔다. 궁금해서 그곳을 따라 들어갔는데, 커다란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 사이로 사람들이 있었고,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싸우는 줄 알았는데, 가만 지켜보니 일을 하고 있었다. 기계 소리가 너무 커서 일반적인 목소리로 대화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던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


'아빠가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일하시는구나'







우리 아버지는 보청기 없이 사람들과 대화하기 힘들다. 40년 넘게 시끄러운 공장에서 기계와 씨름하다 귀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귀가 망가진 이유를 알지 못했을 때 난, '왜 저렇게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거야', '전화받을 때 왜 저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 거야' 등 잘 듣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아버지는 정년 퇴임하신 지 약 5년 정도 됐다. 구조조정, 조기퇴직 등 그 어떤 그물에도 걸리지 않았다. 능력이 출중한 아버지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인재였기 때문이다. 강직하고 능력 있는 아버지 덕분에, 난 대학원 마칠 때까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을 걱정 없이 할 수 있었다. 내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끼게 되면서 아버지를 대하는 마음이 더 달라졌다. 데면데면한 관계가 썩 좋아졌다고 볼 수 없지만,


'난 울 아부지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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