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절연가족 01화

아버지를 닮았다는 이유로

한때 어버이날이 불편했던 딸의 이야기

by 퍼플슈룹

JTBC 이혼숙려캠프에 출연하는 부부 대부분은 자녀들 앞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후회한다.


과연 이 부부들만의 이야기일까?






내 어린 시절을 가만히 회상했을 때, 가장 먼저 스치는 장면은 부모님의 싸움이다.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왜 그렇게 싸우는지도 모른 채 덜덜 떨면서 부모님의 싸움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 그러나 싸움이 끝나면 더 큰 후폭풍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네 아빠를 똑 닮았어!"


그렇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삼 남매 중 장녀인 나는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 닮았다는 이유로 엄마의 공격대상이 됐던 순간들이 무수히 많았다. 이유도 모른 채 견뎌내야 했던 고통스러웠던 순간들. 억울하고 분한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내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결국 오십이 넘어서야 엄마에게 감정을 쏟아냈다.

"엄마, 대체 나한테 왜 그랬던 거예요? 아빠 닮은 게 죄는 아니잖아?"


아버지에게도 물었다.

"내가 아빠를 닮았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 내내 욕먹은 걸 알고 계셨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 엄마는 안절부절. 가만 생각하니 그 모든 순간들이 아버지가 없을 때였다.


'하... 진짜... 나만 아팠구나..'라는 생각에 울화통이 터졌다. 이렇게 쏟아내길 수차례. 조금씩 내 마음이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때때로 아프고,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아이들과 만나면 내 마음은 파도치듯 동요된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엄마의 진실된 사과, 그리고 과거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상처와 직면하고 극복하려는 내면의 힘이다. 탓하고 원망하며 보내기엔 앞으로 보낼 내 시간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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