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하는 말

상담받은 얘기 24.4

by HEN








































































































































116. 상담받은 얘기 24.4 장미가 하는 말






과거 상담을 복기할수록 어떻게 저래 날뛸 수 있었나..? 하는 자괴감과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당시 나 그리고 지금의 나를 위한 변명을 좀 하자면


내 (경계선적)병리가 저렇게 선명히 드러난 것은 선생님과의 관계가 아주 강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니까 선생님을 강렬하게 사랑했기 때무네.. 근데 그 사랑을 망치려고 하고, 하나도 안 나아진다고 말하면서 함께한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고, 도망가려 했다는 게 진짜 웃기지.. 그래서 애착 유형이라는 말도 나오는가 보다.


너무 잘하려 하는 탓에 질질 미루거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유능하지 않을 거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것과도 비슷하다면 비슷할까.

삶에 애착이 너무 강해서 죽을 수도 있는 걸까.


.. 아무튼 이토록 강렬한 관계는 관계 형성에 수반되는 절대적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음.

만약 짧게 상담했다면 언제 만들어졌는지, 어떤 모양인지도 모르는 사회적 가면을 쓰고 선생님께 좋은 사람으로만 예의 차리다 끝났을 거라, 저런 깊은 병리는 잘 드러나지 못했을 것 같음.. 하지만 시간이 쌓인다는 것은 쌓이는 시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린왕자]에서 여우도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쏟은 시간이야,'라고 한다(근데 난 끊임없이 선생님을 테스트했다. 좋아하는 만큼 버리고 싶고 버려지고 싶은(그치만 절대 서로 버려져선 안되는) 요상한 마음도 같이 올라올 수 있나 보다. 나는 장미인가 어린왕자인가? 아마 어린왕자와 장미 둘 다겠지).


사람들은 시간을 생략하고 뛰어넘고 싶어한다. 그리고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고 뛰어난 방식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에서는 정말 그렇고 또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과 관계에서만큼은 이 시간의 축적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게 지금의 결론이다.

나는 상담에 시간을 쏟았고, 쏟은 시간만큼 상담과 선생님께 애정을 가지게 됐고, 사랑하면 당연히 퇴행하면서 좀 미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치료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자 흐름이었다. 그땐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내 미친 부분을 보는 건 여전히 괴롭고 이걸 복기하는 것도 나에게는 꽤 도전이다.

하지만 미친 자신을 경험하고 마주쳐야 그 병리를 볼 수 있고+거기서 조금 분리도 할 수 있다.

긍까 너무 자괴감 갖지 말자능..








우리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얻습니다. 매우 자유롭고, 쉽게, 일관되고 명료하게 말하는 환자에서부터 회기 내내 말 한마디 하지 않는 환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자들에게서 온갖 종류의 자료를 얻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보통 자유연상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우리가 그것을 자유연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과 관련된 어려움은 우리가 또는 내가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여기에 있는 우리가 연구해 볼 수 있는 문제일 겁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환자와 어떤 치료적 진전을 이루어내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문제 말입니다.


...환자는 보통의 명료한 말을 사용해서, 매우 보통의 방식으로 말을 합니다. 그가 말한 것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어쨌든 그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시도하는 것일까요? 또는 우리가 주의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확실히, 분석 자체 안에서, 우리는 환자가 의사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일종의 느낌을 받습니다. 환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그의 시간과 돈을 허비하기 위해 오지 않습니다. 비록 그는 매우 자주 그렇게 말하거나, 심지어 당신이 그것을 믿게 만들고 싶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므로 한 가지 문제는 이것입니다. 우리가 찾으려고 시도하는 이 패턴은 어떤 것인가? 또는 보통의 명료한 의사소통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 아닌 것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환자는)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같은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방식들이 있습니다. 어려운 점은 우리가 말해진 것 뿐만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이 경우에는 일종의 인상적인 분기점, 즉 이런 종류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수용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우리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면서- 를 끊임없이 확인시켜주는 상태를, 그것을 의사소통할 가치가 있다는 것과 결합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이 간극을 극복할 수 있고, 어떻게 이 분기점을 건너갈 수 있을까요?


<하워드 B. 레빈 & 로렌스 J. 브라운, 담는 것/담기는 것 안에서의 성장과 격랑 -비온의 유산->

111~116p에서 발췌





상담의 구조를 뒤흔들고 바탕을 파괴하려 하면서까지 내가 선생님과 소통하려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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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약속 1,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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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의 구조(판)


신화와 동화와 정신적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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