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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 한 번 깜빡임은 레몬 날개야!

- 작은 소원에 대해​

by 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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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야,라고 다짐하지는 않았지만, 랭보의 무덤에 시를 하나 써 바쳐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다. (기왕이면 프랑스어로)


랭보의 무덤에 가면 거의 언제나, 누군가가 바친 꽃다발이나 꽃화분이 놓여 있다.

가끔은 랭보의 시를 통째로 베껴 써서 올려놓은 종이도 심심찮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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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랭보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는 우체통이 있다.

처음 갔을 때부터 번번이 편지를 써 넣고 왔다.

다시 오겠다, 책을 한 권 내겠다, 이루고 나면 꽃다발을 갖고 다시 찾겠다, 이번엔 인형극 축제에 대한 책을 쓰겠다......












사실 어린 시절 내 소원들은 작은 것들이라, 오래 살다 보면 안 이루어지기도 어려운 것들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작문 숙제 주제는 '나의 미래'였는데, 그때 나는 무언가 되기 어려운 것이 되고, 하기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것이라고는 단 한 줄도 적지 않았다.

내가 묘사한 나의 미래는, 고양이와 같이 살면서, 저녁엔 창가에서 와인을 마시며, 창가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게 다, 그즈음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봤기 때문이지.

이제 기타는 손가락이 아파 못 치지만 대신 우쿨렐레를 뜯으며 문 리버를 부르게 되었다.

음, 여름철에 웬일로 한 줄 튕겨 나간 우쿨렐레 줄 이젠 갈아 껴야겠네.

문 리버~~


어쩌면 나의 고양이 같은 심성이 되돌아오고 있는지도 몰라. 기분이 좋으면 나는 골골, 고양이처럼 되고. 우울해지면, 이름도 모를 웬 울적한 생물이 되지.





랭보 무덤이 있는 마을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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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랭보의 고향 샤를르빌 랭보 서점 앞에서는 인형극 축제 때마다 매일 저녁 랭보의 시 '취한 배'가 그림자극으로 상연되곤 한다.





올해 여행은 보류되었지만, 편지는 쓰려네. 그에게 바칠 또 한 줄의 시와 함께.


그에게 바친 한 줄의 시, <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책 속에서 찾아보세요!





"샤를르빌 세계 인형극 축제 속에서 찾은 반딧불 같은 삶의 순간들"

한국 최초의 인형극 에세이 <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텀블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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