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을 입은듯 침대에 붙어 움직이지 않던 로리
이제 남은 한 마리 고양이 로리가 어제부터 다르다.
밥을 달라고 울거나 혹은 날 건드리거나, 언제나 내 아침을 깨우는 건 얘였는데, 늘 해오던 일을 어제오늘 안 하고 있다. 그 대신 간이침대 위 구석에 찰싹 붙어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겁을 먹은 표정과 몸짓이다. 어쩌면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여파를 입은 것인지.
나로 말하자면, 지난 다섯 달이라는 기간에 다녀감 직한 온갖 마음의 물결들이 차례로 지나갔고, 이 모든 나날은 어제를 위한 다소 긴 준비의 나날들과도 같았다. 애초부터 치료가 아니라 호스피스 개념의 나날들이 될 거라고 이야기를 들어놨으니.
처음에는, 처음 해보는 보살핌에 적응해야 했고, 곧 그것은 생활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모리의 병세는 단계별로 악화 되어, 어제까지 가능하던 동작을 오늘 못 하게 되는 일들이 보태어져 갔다.
발판을 디디고야 의자 위로 올라가는 모리
처음에는 자유롭게 캣타워에 오르내리다가, 곧 푹신한 의자 위에서만 생활하게 되었다가, 나중엔 발판을 만들어주어도 그 의자 위에 오를 수가 없게 되어 종내는, 화장실까지의 거리조차 오가기 버거워져, 화장실이 놓인 베란다로 스스로 가 앉기에 이르렀다. 화장실을 방으로 옮겨다 놔주면 또 들어가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턱이 무거워지면서 몸 전체의 균형에 이상이 왔기에 마지막 나날들로 가면서 걸으며 더욱 비틀거리게 되었다.
식사를 공급해주는 관은 어느 날엔가 얼마간 밖으로 밀려나와서리, 이게 빠져버리지 않게끔 초 긴장하면서 사료를 공급해야 했다. 그게 모리의 생명줄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턱 종양이 입안으로 치밀어 들면서 입이 잘 다물어지지도 않아 끝없이 침이 흐를뿐더러, 스스로 불편함을 견딜 수 없는 모양인지 자꾸만 입안을 스스로 씹어대어 바닥이나 자기 몸에 피를 잔뜩 묻히곤 했다. 자주 닦아주고 부분적으로 씻기기도 했었지만, 관이 밀려 나온 이후로는 씻기기 힘들었다. 아픈 부위로 손길이 지나가는 것조차를 힘들어해서 물휴지로만 슬쩍 닦아주고 나서도 다시 곧 스트레스에 감겨 다시 입안을 씹어 또 피가 났기 때문에. 그리고 혼자 몸부림치다 그 관이 완전히 빠질 수도 있어서, 당장 급한 사항 위주로 고려해야 했다.
씻겨주지 못하는 날이 쌓이면서, 집 안엔 피비린내가 적지 아니 흘렀다. 두고 보기 도저히 마음 아파져 부분적으로 씻겨보려 해도, 다리와 볼의 털에 떡이 져 풀어 지지가 않아, 그냥 털째로 뭉텅 빠져 살이 드러나는 지경이 되었다.
보살피는 과정에 하나하나 적응하고 나면 그다음 그다음의 어려운 상황이 새로이 생겨서, 새로이 다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거의 매일 피를 흘렸기 때문에 이 손실을 보충하여 빈혈을 막느라, 보살피는 어느 시점부터는 하루에 2 밀리씪 조혈제를 넣어주었다.
그러는 새 꽃은 무심히 피고 지고, 신록이 시작되었다가 다시 푸르러져 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이제는 진짜 막판에 이르렀다며 더는 병원에 오지 말고 편하게 해주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게 6월 초.
다시 그 마음의 준비란 걸 비끄러매야 했다.
밤에 그날의 마지막 밥을 먹이고서 자기 전 인사로 "모리야, 잘 자!"하며 쓰다듬을 때마다, 늘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될 수도 있다 되뇌었다.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자라'는 이 말 조차가 영면과 자꾸 겹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낮에도 모리가 가만있으면, 혹 죽은 게 아닐까? 자주 만져보곤 했다.
그 사이에 숨이 점차 힘들어 갔다. 지난달에 찍었을 때도 이미 폐수가 잔뜩 차 있었다.
자다 문득 눈을 떠 보면, 모리가 움직여 내 머리 쪽에서 가깝게 잘 보이는 위치에 와 있는 모습에 짠해서 다시 잠을 이루기 힘든 적도 한 번 있었다. 떠나기 이틀 전쯤이었던가.
마지막 2주 정도는 정말 점점 더 상태가 나빠가는 것이 눈에 보여, 하루하루 지나는 느낌이 달랐다. 이게 정말 마지막 하루인가? 하다가 또 하루가 지나있고, 지나있고, 다가오는 바로 그 시점 그게 대체 언제일지 몰라 불안하고 맘을 놓지 못하는 날들.
"아가야, 아가야" 하면서 쓰다듬을 때마다, 이렇게 아픈 채나마 숨이 붙어 있어 서로를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게 그렇게 가슴 저밀 수가 없었다. 아직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아직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살아있다는 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런 날들의 와중이라, 모리와의 마지막 날들에 대해 적을 겨를이 없었다.
이 고양이 턱 종양의 최소 생존 기간은 45일, 최대는 5달이라 한다.
모리는 정말 힘을 다하여 자신의 최대한을 살았으며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몹시 깨어있었다. 눈빛이 살아있었다.
그러다 어제는, 언제 올지 모르고 조마조마하던 그 최후의 아침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