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미세먼지의 계절이다. 보통 12월부터 3월 정도까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꽤 있다. 겨울에 우리가 조심해야 할 건 이제 추위만이 아니다. 보통 추운 날은 공기가 깨끗하고, 안 추운 날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다. 러너에게는 참 여러모로 아쉬운 겨울 날씨다. 안 추우면 뛰고 싶은데, 미세먼지 때문에 뛸까 말까 고민이 되니 말이다. 어떤 분들은 실내 트레드밀을 하기도 하고, 미세먼지가 심하면 안 뛰는 분들도 있다. 물론 나처럼 아몰랑 그냥 뛰어하고 뛰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 미세먼지에 러닝을 해도 되는지,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은 건지 기사들을 몇 개 찾아봤었다. 많이들 궁금하실 테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세먼지라고 무조건 뛰지 않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 실내에서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는 게 좋은가, 아니면 창문을 닫아 놓고 있는 게 좋은가 하는 논제를 생각해 보자. 내가 알기로는 무조건 창문을 닫고 있는 것보다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어도 환기를 하지 않으면 실내 공기질이 굉장히 나쁘기 때문에, 환기를 하는 편이 더 낫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운동을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하루 평균 100 마이크로그램을 넘는 10개 도시에서 실험한 결과 운동 시작 후 15분까지는 운동을 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사망위험이 감소했습니다. 운동으로 인한 혈액순환 효과가 미세먼지 흡입 효과를 넘어선 것입니다. 변곡점은 75분이었으며, 이 시간을 기점으로 대조군보다 사망위험이 증가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미세먼지가 나쁜 날 일괄적으로 제한됐던 실외활동이 일반인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 75 마이크로그램이하까지는 무방하며, 75분 이내로 할 경우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건강에 이득입니다.>
내가 찾아본 한 기사의 내용을 한 번 적어봤다. 그렇다. 미세먼지여도 운동을 하면 건강에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이득이 된다는 아니고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뉴스기사와 현실 사이에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과연 일반인이란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농도도 다 다를뿐더러, 10개 도시의 실험에서 이게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실험군의 표본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객관화할 수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또 다른 기사를 보면, 미세먼지 75 마이크로그램 이하에서는 하루 20분 이상의 센 강도의 운동(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산)등 주 5회 이상 실시하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크게 감소한다고 한다. 여기서도 의문이 생긴다. 센 강도의 달리기라 하면 몇 분 페이스를 말하는 건지, 심박수 존 몇 정도를 말하는 건지, 참 애매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연구결과와 기사들을 종합해 보면,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무조건 실외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운동으로 인한 장점이 미세먼지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좀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고기 먹을 때 흔히들 탄 고기 먹으면 암에 걸린다고들 한다. 그런데 어느 기사를 보니 탄 고기를 먹고 암에 걸리려면 하루에 탄 고기를 몇 백 그램씩 매일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미세먼지 때문에 병에 걸리거나 건강을 아주 심하게 해치려면, 사실 미세먼지 있는 날 주야장천 하루에 몇 시간씩 몇 달을 운동해야만 하는 걸 수도 있겠다.
결국 나는 몇몇 기사를 찾아본 후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미세먼지가 심해도 웬만하면 뛰자>
겨울에 안 춥고, 미세먼지도 없는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되겠는가. 적당히 뛰면 크게 건강을 해칠 것도 없다. 물론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굳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목이 아프거나 눈이 아프기도 한다. 그래도, 적당히 조깅페이스로 러닝을 하면 폐 속 깊숙이까지는 미세먼지가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내에서 뛰면 된다. 그럼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처럼 피트니스센터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많으니,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 뛰는 사람이 많을까 안 뛰는 사람이 더 많을까? 아마도 나같이 미세먼지 심할 때도 뛰는 사람이 더 많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며, 내가 위에서 언급한 기사들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한 실험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딱히 일반인에 대한 정의가 없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특별한 지병이 없고, 복용하는 약이 없는 사람들을 지칭했을 것이다.
<미세먼지 심한 날뛰는 건, 무조건 나쁘다>는 일단 아닌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