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월 1일이라고 특별할 건 없는데, 이왕이면 기분 좋게 1월 1일에 러닝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그런 강박 관념 같은 게 생긴다. 러닝 인생 이제 4년 차에 접어드는데 1월 1일에 뛴 건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작년 1월 1일에는 한강에서 러닝을 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작년 1월 1일 하루 이틀 전에 눈이 좀 왔고, 동네에서 뛰기에는 주로에 살얼음이 있을 수도 있어서 한강으로 나갔던 것 같다. SNS에 올라온 인증샷피셜, 한강공원 산책로는 얼음이 다 녹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차를 끌고 한강공원까지 가서 러닝을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귀찮은 일인데, 그때는 정말 지금보다 러닝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 것 같다.
블로그에 쓴 글을 찾아보니, 작년 1월 1일에는 한강 공원에서 7.77km를 뛰었다. 멋지게 20.24km나 24km를 뛰었으면 좋으련만, 1년 전의 나는 10km도 겨우 뛰는 20km 러닝은 두세 번 겨우 경험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좋은 일만 생기라고 7.77km를 뛰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 1월 1일은 그냥 귀찮기도 하고 시간 내기도 힘들어서 동네에서 러닝을 했다. 작년에 풀코스도 뛰어서 이제 장거리도 제법 뛸 수 있는 러너가 되었으니 멋지게 20.25km를 뛰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연말에 바쁘기도 해서 12월에 많이 못 뛰었고, 추운 날씨 핑계로 장거리를 뛴 지 좀 오래돼서, 약간은 걱정스러운 마음, 다른 한 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20.25km를 뛸 생각으로 초반 페이스는 무리하지 않고 조금 느리게 시작했다. 겨울 날씨치고는 춥지도 않고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아서 느낌이 아주 좋았다. 그러다가 7km쯤 지나는데 갑자기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지난가을 춘천마라톤 대회 때 통증을 느꼈던 딱 그 부위였다. 대회 후에 무릎이 한 두 차례 아픈 적은 있었지만, 그 후로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또 그 부위에 통증이 느껴졌다. 10km 정도를 반환점으로 돌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일단 7km 지점에서 멈추고 좀 쉬었다. 쉬다가 다시 천천히 뛰면 통증이 잦아들 수도 있고, 10km까지 갔다가는 돌아오기 힘들어질 것 같아서 말이다.
다시 뛰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 발을 디딜 때마다 왼쪽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고 발을 뗄 때마다 무릎 뒤쪽이 아픈 그런 느낌이었다. 어쨌든 다시 집에는 가야겠고 7km를 뛰어야 하는데, 고통스러울 정도의 통증은 아니니 그냥 참고 더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1km를 뛰고 좀 걷고, 또 뛰고 걷고... 그렇게 6km를 뛰었고 나머지 1km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냥 걸어서 집에 왔다. 러너에게 가장 절망적인 순간인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날들>이 나에게 찾아오는 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해도 지고 날도 어두 컴컴해지고, 땀도 식어서 몸도 춥고 진짜 무슨 패잔병처럼 시무룩하게 1km를 걸었다.
보통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다음 날 오전까지도 여파가 있었다. 걷는데도 뭔가 불편한 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후에는 좀 더 나아지고 저녁이 되니 다행히 걷는 데는 아무런 통증이나 불편한 느낌도 없었다.
이틀을 쉬고 3일째 되는 날인 어제 1월 4일에 다시 러닝을 했다. 조깅페이스로 3km를 시험 삼아 뛰었는데 다행히 아픈 느낌은 없었다. 회복이 된 건지, 페이스가 느려서 통증이 없었던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음에 좀 페이스를 올려서 뛰어보면 답이 나오겠지.... 아무튼 느리게라도, 3km라도 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다음에도 적어도 또 이 정도는 뛸 수 있다는 얘기니까 말이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1월 1일에 뛰면서 많은 러너들을 마주쳤다. 올해 1월 1일은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그런지 반바지 입고 뛰는 러너도 보았다. 1월 1일에 헬스장에만 사람이 많은 게 아니었다.
헬스든 러닝이든 사람 마음이 다 똑같은 것 아니겠는가. 이왕 하는 거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 첫날부터 시작하고 싶은 그런 마음말이다.
혹시 1월 1일에 못 뛰신 분이 있거나, 올해 목표가 러닝인데 아직 시작 못하진 분이 있다면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으니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바로 구정, 음력 1월 1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2024년 작년 나의 러닝 목표는 한 달에 한 번 20km 장거리를 뛰는 것이었는데, 얼떨결에 20km 30km도 뛰어보고 풀코스 완주라는 꿈도 이뤘다. 작년 이 맘 때만 해도 풀코스는 정말 나와 다른 사람들이나 뛰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올해 2025년 목표는 아직 없고, 신청한 대회도 없다.
그냥 올해도 꾸준히, 꾸준히 뛰는 게 새해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