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정구 Jan 29. 2024

내이름이박힌책한권

정신이 없다.

저녁에 햄버거를 먹으러 갔었다. 허겁지겁 더블 불고기버거 세트와 빅맥 하나를 먹곤 사무실로 돌아와 며칠 동안 넋 놓고 있었기에 정체된 일을 하곤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가방이 없다.

차에 두고 내렸나 싶어 차에 가봐도 없다.


순간 아차! 생각이 났다.

저녁에 맥도널드에 가서 의자에 두고 왔구나. 벌써 대여섯 시간이 지났는데... 어쩌지...


참. 내가 지금 정신이 없구나!!!

사무실로 오는 길에 담배가 없어 편의점에 들러 디스 한 갑을 사면서도 가방에 담배가 들었는데 멍청하게 가방을 사무실에 두고 왔구나 생각을 했지 방금 떠나온 햄버거 가게에 두고 왔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 이. 없. 음!


매장에 전화를 하니 다행히 가방은 있다 했다.

가방은 아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의자에 놓여진 채로 있었나 보다. 아주 오랫동안... 그대로.


지금 나는 무엇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걸까. 1월은 내내 뭔가 심투렁하다. 일상에 집중되지 않고 일상을 겉돌고 있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일상에 지친 건가. 지난 목요일은 하루 종일 잤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부터 오늘 일요일 점심까지 난 세상과 단절한 채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엄두를 낼 수조차 없었다. 두려움도 아니다. 좌절감도 아닌 상실감인가? 아무튼 뭔지 모를 답답함과도 같은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이다 일어났다. 월말이기에 더 이상 넋 놓고 있을 수 없는 현실에 날 옮겨놓아야 하겠기에 무작정 차를 타고 나와 일하는 일상으로 나를 옮기려 했다.


뭘까...

은둔. 고립. 고독. 상실. 좌절. 허탈. 우울


가방이 나를 가만히 기다린 것처럼 지금 나도 누군가 찾아와 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림이 필요한 건가?

아직도 내 삶에 적응하지 못한 건가?


정신이 없다. 마음이 없다. 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이름이박힌책한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