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내이름이박힌책한권)

엄마 생각 (엄마 목소리)

by 허정구

엄마생각만 하면 이 나이에도 눈물이 난다. 늘 잊고지내다가 문득 엄마생각이 났다. 잘지낼꺼라 믿으며 한동안 전화조차 없던 엄마가 어디 아프진않겠지하는 작은 걱정과 함께 핸드폰에 '나의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밥은 무웃나...어디 아픈데도 없쩨~에...그말에 내일모레 어디가서 꼭 미역국이라도 사먹어란다. 가까이 있으면 끓여서 갖다줄텐데 멀리 있으니 거르지말고 잊지말고 꼭 미역국파는데 찾아가서 사먹으란다.


멀리 있는건 난데...엄마는 늘 가까이 있다.


맘같이 해줄 수 없는 오늘 또 오늘 보내다보니 벌써 마흔여덟이다. 식모살이. 숯공장. 공사장 .그리고 파출부. 아파트 청소 ...칠십평생 아니 팔십평생 쉼없이 일해서 내가 꿔간 빚 갚아주고 줄 수 있는 건 다 줬으면서도 늘 주려한다. 그런 엄마 마음 알기에 가슴에 엉어리 한덩이 웅켜쥐고 품고 살아가지만...돈도 내 맘대로 안되고, 가정도 내 맘대로 안되고 그래서 늘 엄마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부터 나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되어봐야 부모맘 알게된다지만 지금 내가 알면 얼마나 알까...팔순넘어 이제 완전 할머니 되어 버렸는데 여전히 내갠 "엄마" 그 어릴적 악착같이 일하고와서 다 늦은 저녁을 허겁지겁 챙겨주던 그렇게 혼자 빨래하고 설긋이하고 씻고 12시 다되어서야 잠들면 아침엔 새벽같이 일어나 동트기도전에 밥차려놓고 공사장 가던 그 엄마가 보인다.


꼭 같이 여행한번 가려했었는데...이젠 그마저도 가능할까 모르겠다.


엄마는 한결같은데 나 또한 한결같이 지지리 궁상을 떨며 살고 있다. 세월은 지났는데 엄마는 변함없이 내 걱정만 하고 있다.

병원에 꼭 가봐래이...검진도 한번씩 꼭 받고...챙겨주는 사람없으니 혼자서라도 꼭 밥때되면 챙겨먹고...


전화해줘서 고맙단다...나보고


얼마나 전화를 하지않았으면 ... 무뚝뚝한 경상도 놈이라 전화를 못하는게 아니라 차마 미안하고 죄송해서 잊고지내는 시간이 더 많지만 ... 엄마는 늘 ...


왜 엄마 생각이 났을까. 미역국이 먹고 싶어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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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엄마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던가보다. 아무도 알아주지않는 못난 놈이지만 엄마는 그 못난 놈에게조차도 마음을 주니...그 마음이 그리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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