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제주도 서귀포 붕어낚시

by 허정구

어느덧 10달이 훌쩍 지나고 1년이 다가온다.

그렇게 가고 싶던 민물낚시. 붕어낚시를
지금 내가 제주도 서귀포 어느 곳에서 하고 있다.

꼭 필요한 것만 샀다.
가장 싼 낚시대.
한 개 사면 2개 주는 장찌.
받침대는 다행히 있었기에 1대만 펼칠 수 있는 받침틀
그리고
저렴한 낚싯줄과 바늘. 유동 찌고무. 멈춤 고무. 봉돌.
그걸 담을 적당한 가방과 소품 케이스. 어분 1 봉지. 글루텐 1봉
니퍼 하나. 1000원에 4봉 주는 3mm알 케미까지

그렇게 붕어낚시에 꼭 필요한 것들만 인터넷 낚시점에서 주문하여
지난 지난주 답사 왔던 이곳에 오늘 나는 일이 끝나자마자
잽싸게 보온병에 커피를 담고 달려왔다.

먼저 낚싯대만 펼쳐 이리저리 적당한 수심이 있는 곳을 찾아 자리를 정하고 제주 돌들이 빙 둘러쳐진 곳에 어렵사리 받침틀을 놓고 받침대를 꼽는다.

담배 피는 것조차 잊고 봉돌을 깎고 깎아 찌를 맞추고
어분을 조금 개어 미리 부풀려 놓고...

인터넷 쇼핑몰 사진에서 느껴졌던 것과 달리 도착한 찌는 부력이 약해 나름 준비한 4호. 5호. 봉돌이 너무 무거워 깎다 보니 봉돌 뼈대만 남았다.

서서히 어둠이 짙어지며...
펼쳐진 1대의 낚싯대에 매달린 찌의 노란 불빛만 남았다.

그래도 꽤 지났는데...
수면도 찌도 전혀 어떠한 미동이 없다.
어쩌다 황소개구리만 "우엉우엉" 울뿐...

붕어가 바다를 헤엄쳐 건너오기엔 바다는 너무 깊고,
짜다는 걸 알기에
제주에 붕어가 있을 수 없다는 걸 안다.

찌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 한순간을 기다리며 육지에선 낚시를 했지만, 난 지금 던져진 찌가 곧추섰다가 스물스물 내려가는 그 맛에 낚시를 한다.

이 고요함과 정적. 침묵
어디선가 들리는 쉴 새 없는 개구리울음소리와 또 어떤 풀벌레들의 소리.
거울 같은 수면 그 위로 반사되는 저쪽의 가로등 불빛

이 맛에 민물낚시를 한다. 더불어 붕어낚시를 한다.

어디건 펼쳐진 바다가 지천인 제주도에서 이런 민물의 고요와 적막.침묵을 느낄 수 있음에 만족한다.

제주에서 3칸 민물대를 던질 수 있다는 것에
저 멀리 수면에 단 한 점.

노란 케미 불빛을 넋 놓고 오롯이 볼 수 있음에

그사람을 향한 무한한 기다림의 삶처럼
또 그렇게 무심히 찌가 스물스물 올라올꺼라는 기대에 부풀어 밤을 지샐 수 있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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