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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Sep 07. 2018

육아는 사소함의 행복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에 한창 찌들어 있을 때를 생각해보면, '즐거움', '행복' 보다는 '고단함', '팍팍함'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직장인들이 왜 그렇게 커피를 마셔대는지 알게 됐다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도 많이 느꼈던 시기.


그래서 더 많은 연봉, 한편으론 더 많은 휴식을 원했고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해 애를 써보기도 했다. 더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내 삶에 만족할 것 같았고 또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행복을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 '행복의 역치'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느낌이랄까. 사소한 것에 웃을 일도 별로 없었고 항상 '불만족'의 상태였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볼 순 없다. 더 높은 곳, 더 큰 것에 욕심을 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니까.

사진 찍어달라고 먼저 자리로 달려가던 첫째

하지만 첫째세 살배기였던 시절,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지점만큼은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치가 낮아졌다고 느낀 것일까.


한창 배변 훈련 중이던 28개월 첫째. 집에 있을 때는 기저귀를 입혀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쉬 하고 싶으면 엄마 아빠한테 얘기해줘~"

이 말조차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까 슬쩍 염려되기도 했지만, 혹시나 아이가 말하지 않고 속옷에 볼일을 보더라도 절대 다그치지 않기로 하고, 말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쉬할래요~"라고 말하는 첫째.

'아이가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변기에 앉히고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긴장이 풀렸는지 '쪼로록~' 소리가 들렸다.


소변 보기에 성공한 것!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환호성도 질렀던 것 같다. 함께 지켜보고 있던 아내도 웃으며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었고, 아이도 기분이 좋았는지 한참을 깔깔거렸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분명 힘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망설이는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하지만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의 감정들은, 다른 걸 통해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것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로부터 행복을 느끼게 됐다는 점은, 육아를 하기 전후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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