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EU 사람과 EU 사람들의 이야기"
"그중에 한국 사람, 인도 사람, 그리고 영국 사람"
에바항공 12시간의 찐한 비지니스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암스테르담.
여전히 비지니스에서 누구보다 먼저 내리는 경험은 낯설다.
헤오(Heo) : (두리번두리번)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어디가 입국 수속하는데 일까
이코노미는 그저 우르르 몰려가는 데로 가면 되는 건데... 막상 내가 1등 선두가 되고 나니 어디로 가야 될지 목적지를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헤오(Heo) : 모르면 우선 직진!
늦은 오후 햇살이 가득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몇 년의 시간.
여행과 함께이던 나로서는 훌쩍 많이 늙은 채로 다시금 유럽에 발을 내디뎠다.
어느새 사람들이 몰리는 게이트 앞
왼쪽은 EU People, 오른쪽은 Non EU people 이라고 쓰인 똑같은 유리문.
다 같은 사람인데 나가는 문이 같으면서도 달랐다.
아직은 붐비지 않았던 이때까지는 아무런 제지 없어 서로 섞여 문을 나서고 있었는데
마침 도착한 비행기들이 많았는지 한 명 두 명에서 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오십 명 육십 명.. 그리고 백 명... 멍 때리고 있던 공항 보안 요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무전을 급하게 때리고 나서는...
갑자기 보드 라인을 치기 시작한다.
공항 남직원: EU People Left side, Non Eu People Right side.. 아! (엄청난 무리가 밀려오는 모습을 목격한다)
공항 여직원: (급하게 무전을 때리고 소리를 지른다.) 스탑, 스탑, Please Wait here.
-몇 분 후-
공항 남직원 : EU 여권 보여주세요. EU 분들은 왼쪽으로 가세요. 나머지는 기다리시고요.
수많은 무리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EU와 Non EU로 나뉜다.
그리고는 EU 여권을 흔드는 사람들은 거침없이 행진한다.
그렇게 십여분을 지나고.. Non EU 사람들의 줄은 이제 끝이 보이지도 않게 뒤로 늘어져 있다.
헤오(Heo) : 비지니스까지 타고 왔는데 이게 머 하는 거지...
앞에 아랍 아저씨 :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저 사람들은 왜 가는 건데요?
공항 남직원 : 기다려 주세요.
수백여 명이 한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무전 하나가 도착했다.
공항 남직원 : (치익~~ 치익~~) 자 Non EU사람들은 오른쪽으로 돌아서 저쪽으로 갑니다.
그러면서 막혀있던 안전 라인을 치우자.. Non EU였던 사람들은 모두 달리기 하듯 뛰쳐나간다.
헤오(Heo) : 어랏? 늦으면 안 되지 ~
허나 선두인 아랍 아저씨도 나 조차도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조금 가다 보니 어느 누군가 줄을 서고, 우선은 다들 그 뒤로 따라붙어서 다시금 줄을 만든다.
개중에 몇몇은 항의를 하며 어디로 가야 되는지 캐리어를 들고 우왕좌왕할 때..
어메~ 트렌스퍼 라인이었어~
트랜스퍼 공항 직원 : 헤이 가이즈! 여기는 환승하는 라인이에요. 나가는 곳은 저쪽입니다.
그 말 한마디에 Non EU 사람들은 또 순식간에 당황하며 갈 길을 찾는다.
선두를 잃지 않고 있던 헤오(Heo) , 눈썰미 좋게 저 멀리 또 다른 공항 직원이 손짓을 하는 게 보였다.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순간 박차고 나갔다.
그렇게 Non EU 선두 그룹을 형성한 Heo.
그 곁에는 청년 1명, 그리고 소녀 1명이 있었다.
우리는 가도 가도 끝없는 길에..
"진짜 이 길이 짐 찾는 곳으로 가는 길인가? 왜 아무도 없지?"
란 불안감이 엄습했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 이 길이 맞나요? 누가 대답 좀 해줘요
1등 청년 :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거 같니?
2등 소녀 : 나도 잘 모르겠어. 이쪽으로 가라고 한 거 같은데...
3등 아저씨 헤오 : (귀 쫑긋~ 대화를 잘 듣고) 아까 이쪽으로 가라고 한 것 같긴 해.
소녀 : 그렇지?
청년 : 그럼 다 같이 가보자! Let's Go.
다들 웃고 만다.
청년 : 다들 Non EU 사람들이겠네, 난 인도에서 왔어
소녀 : 난 영국.
헤오 : 난 한국. (아 왜 영국 사람이 EU 줄에.. 안 가고.. 아 탈퇴했지!)
Non EU를 대표해서 영국 사람, 한국 사람, 인도 사람이
뒤에 오는 수백 명의 Non EU 사람들의 선두에 섰다.
다들 불안하고 맞는지 확신이 안서지만... 서로 이름도 모르는 동행이 우리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다.
한 10분여를 걸었을까 멀리서 보드라인을 치고 있는 공항 직원이 보인다.
영국 소녀 : 실례합니다 이 길이 짐 찾으러 가는 길이 맞나요?
공항 직원 : 맞아요. 자 저렇게 쭈욱 돌아오세요.
인도 청년 : 이 짧은 길로 가면 안 되나요?
공항 직원 : 입국 사람이 많다고 해서 지금 안전 라인을 세우는 중이에요.
헤오(Heo) : 아~ 뒤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올 겁니다.
공항 직원 : 네 들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달리듯 걷기를 10여분 더하고 나니 입국 수속을 하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국 소녀 : 와! 찾았다.
인도 청년 : 우리가 잘 찾아왔구나! 뿌듯하다!
한국 아저씨 Heo : 우리 굿잡이다. 잘했네!
그렇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온 수화물 컨베이어 19번.
어랏? 앞서가던 EU 사람들도 아직 짐을 기다리고 있다.
헤오 : 그렇게 먼 길을 돌아왔는데.. 아직은 나도 늦은 게 아닌가 보다.
아니면
결국엔 이곳에서 EU 사람도 Non EU 사람도 만나게 되어 있었던 큰 뜻인가?
인생에 있어 빠르고 느림을 일희일비하지 말자!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라는 교훈 하나 얻는다!
결국은 다 짐 찾는 곳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