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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osee Oct 10. 2024

40살에 혼숙 도미토리 + 첫 베드벅(2)

헤오씨의 세계 여행 - Travelog 7. 암스테르담 in 네덜란드

"인생을 헛산 건가 현실타협이 오기 시작했다 "

나이 40살이 넘어서 경험한 첫 베드 버그

아직도 혼숙 도미토리에 도전하는 40살 청중장년 아재의 호텔 이야기 Part 2.



PM 08:30

헤오(Heo) :  하이 Sir.

안경 남직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다시 왔네?


돌돌 두루마리 휴지에 고이 소중하게 싸 온 베드버그를 건넨다.

헤오(Heo) :  너어 이런 거 본 적 있니? 혹시 이게 베드 버그인 거 같은데?

안경 남직원 : (많이 당황) 이걸 어디서 발견한 거니?  

헤오(Heo) :  2층 침대 아래. 아까 그 더러운 수건 있는 자리에서 발견했어, 죽어있지만 베드버그 맞지?

안경 남직원 : ....  내가 확인을 해봐야겠어.  다시 살펴보러 갈게. 방에 있어줄래?


똑똑똑!

방으로 검문을 온 안경 직원은 플래시를 비춰가며 방안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한다.

문틈 구석탱이, 커뒤, 그리고 문제의 2층 침대까지 나름 열심히 찾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 창문으로는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5분 뒤

안경 남직원 : 없는 것 같아.  우리 매뉴얼에 보면 스태프가 베드버그를 발견해야 조치를 취해줄 수 있어.

헤오(Heo) :  어? 아까 봤잖아 죽었던 그 벌레. 그거는?

안경 남직원 : 아마 그건 먼지가 뭉쳐있던 거였거나 다른 음식물이 떨어진 게 아닐까?

내가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건 새로운 시트를 교체해 주는 것 말고는 없겠다.


이미 증거는 로비 휴지통에 버려진 채였다.

'사진을 찍어뒀어야 하는구나'

너무 성급하게 들이대다가 기회를 날려버린 나.


안경 남직원 : 동의하지 못한다고 하면 매니저와 네가 다시 이야기를 하렴. 아마 환불은 힘들 거야.

저녁도 먹지 못

2층 침대 벗어나고자 이리저리 왔다갔다 

그리고 12시간이나 날아온 나의 늙은 몸은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움직일 기력도 없어졌다.


헤오(Heo) :  그래.,   우선은 시트라도 갈아주라. 그 다음에 매니저랑 이야기해 볼게.

안경 남직원 : OK! 그럼 가져온 새 시트를 교환해 줄게.


그래놓고 안경남 직원은 2층 침대 시트를 혼자서 낑낑대며 교체를 한다. 하우스 키퍼가 아니라서 시트를 가는 손길이 능숙지 못하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혼자 갈고 있는 걸 보다 나도 모르게 도와주게 되네. 맘 같아서는 도와주고 싶지 않은데..




PM 10:00

이제야 어둑해지는 암스테르담. 시차도 적응 안 되고 몸은 축추욱 쳐져가 도저히 누워서 있을 수가 없다. 잠시라도 졸게 되면 그 무섭다는 베드버그가 일렬로 물을까 봐 걱정되고

자다 뒹구르르 해서 '똑'하고 떨어질 거 같은 공포에 어질어질하다.

애써 준비해 간 비오킬(베드버그 살충제)을 뿌려보지만...  맘이 진정되지는 않는다.


PM 10:30

드디어 매니저를 만나러 로비로 향했다. 안경 남직원은 퇴근하고 없는 상황.

짧은 영어로 그간의 일을 설명한다.

헤오(Heo) :  두유노우 고소공포증?  You know Fear of Height. And 베드버그?

세상 살면서 절대로 고소공포란 영어 단어 'Fear of Height'는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여자 매니저 : (컴퓨터를 두들긴다) 너의 사정은 알겠는데 오늘은 방이 꽉 차서 변경해 줄 수 없을 것 같아.

헤오(Heo) : 그럼 버드 베그가 나왔으니 취소 환불은 될까?

여자 매니저 : 그것도 곤란해. 살아있는 베드버그를 스태프가 발견해야 가능한데 우리 직원은 발견하지 못했어. 다만 누군가 예약을 취소하면 방을 바꿔줄 수는 있어.

헤오(Heo) : 그럼 그건 언제 확인이 되는데?

여자 매니저 : 아마도 AM 03:30분은 지나야 되지 않을까?

헤오(Heo) : (장난치나..) 그래 그럼. 나는 어차피 한국시간으로 낮과 밤이 바뀐 상황이니 4시간 뒤쯤 다시 올게. 어차피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이라 잠도 안 와~ 난 견딜 수 있어.


여자 매니저 : (진상인가...) 그렇다 한들 1층 침대라는 보장은 할 수 없어. 그리고 새벽 3시 30분이니 방을 바꾸기도 쉽지 않을 거야.

헤오(Heo) : (의지의 진상 한국인) 알았어 그래도 그렇게라도 나는 방을 바꾸고 싶어.

여자 매니저 :  알겠어. 지금 쓰고 있는 방에서는 시트를 쓰거나 어지럽히면 바꿔줄 수가 없어.

헤오(Heo) : (의지의 진상 한국인x2) 그래 그럼~ 로비에 내려와 있지 머. 와이 낫~(Why not)~


다시금 올라온 방에서 나는 자지도 못하고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시트를 훼손해서 안 바꿔준다는 경고에 그저 앉아서 꾸벅꾸벅.. 꾸역꾸역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좀이 쑤시면 1층 로비 소파로 내려가서 그곳에 눕기도 했다가 앉기도 하고...

몸은 계속 쳐지고 늘어지고 자고는 싶고.. 그렇게  

현지시간 새벽 가 되었다.


헤오(Heo) : 자 리셉션으로 출발. 잠깐만 지금 새벽 시간 인사는 굿 모닝이 맞나? (쓸데없는 고민)

나 왔어, 혹시 나한테 들려줄 좋은 소식은 없을까?

여자 매니저 : (어머 쟤 진짜 왔어) 아직 안 잤어? 안타깝게도 방이 다 손님들로 가득 찼네.

헤오(Heo) : 올림픽은 파리에서 하고 있는데 왜 암스테르담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지?

휴우 나는 어찌해야 될까?


여자 매니저 : 그럼 오전 7시쯤 다시 내려와 볼래? 일찍 체크아웃하는 사람들 중에 2자리 이상 비게 되면..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지금 4인실 전체 방값을 내면 새로운 방을 줄 수 있어. 그러면 지금 당장 옮길 수 있겠다.  아니면 지금 룸메이트들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해보는 건 어떨까?

(침묵~)

.

.

.

헤오(Heo) : 난 이만 갈게. 내가 깨어있다면 7시쯤 다시 내려와 볼게.

여자 매니저 : 그래 좋은 밤 되렴

헤오(Heo) : 정말 내가 좋은 밤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여자 매니저 : (웃음) 참. 그렇구나 그래도 좋은 밤..


돈이 필요해요! 밥 주세요!  웃고 있습니다~ 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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