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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osee Oct 11. 2024

40살에 혼숙 도미토리 + 첫 베드벅(3)

헤오씨의 세계 여행 - Travelog 8. 암스테르담 in 네덜란드

"인생을 헛산 건가 현실타협이 오기 시작했다 "

나이 40살이 넘어서 경험한 첫 베드 버그

아직도 혼숙 도미토리에 도전하는 40살 청중장년 아재의 호텔 이야기 Part 3.


40대의 또 다른 변화 하나는 점점 잠귀가 밝아져 간다.   

어젯밤 아니지 오늘 새벽 2시쯤 처음 만난 룸메이트들.  

20살이나 어린 친구들은 1초 만에 훅 잘 자는데 나는 새벽 3시를 버티고 나니..

뒤척뒤척 조그만 소음에도 잠을 쉽게 들지 못한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반전이  줄이야



어스름한 호텔 앞!


현실타협이 오기 시작했다.

베드 버그까지 발견해 놓고 이 호텔을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경제적 능력과 수동적인 성격.

할 때까지 다 해봤으면 남자답게 확 옮겨야 하는 건데!

4인실을 혼자 다 내고 쓰라는 말에..  "그 돈이면 비싼 호텔 가지 여기서 고생하겠냐" 하는 생각도 들고

그 애먼 경비 아끼겠다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꾸벅꾸벅 존다.


새벽 4시 다시 돌아온 방안

그제야 룸메이트들이 들어와 있다. 20대 청년들 3명.

혼숙이라더니 남탕이구만. 창문도 열 수 없는 이방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를 이 시간에 먹고 있다.


헤오(Heo) : 하이!

남자 애덜 : 하이.

헤오(Heo) : (매너 없는 것들) 오 맥도널드! 혹시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1층 침대 바꿔줄 사람 있을까?

남자 애덜 : 놉. 아니 2층은 불편해.

헤오(Heo) :  (방 안에서 취식 불가 아닌가.. 엄한 소리 했다가 맞을 거 같다) 그래 맛있게들 먹고.


그래서 그냥 앉아서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로비 공간도 술을 먹고 떠드는 사람들로 가득해서 차라리 방안이 났겠다 싶다.

힘겹게 2층에 올라가서 앉았다. 앉아서 창문 먼발치를 바라본다.

이제는 시차 엉망이 되었고 몸은 내 몸이 아닌 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청춘인가? 젊음인가? 햄버거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더욱 대단한 건 씻지도 않고 양치도 없이 자는 재네들.


헤오(Heo) :  암스테르담에서 여행은 첫날부터 머가 잘 안 되네.

철저한 J라 틀어진 계획이 생기면 계속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하는 나.  

앞으로 3일을 더 이층 침대에서 보낼 생각에 지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앉아서 몇 번을 자다 깨다 자다 깨다 그렇게 몇 번을 하다 보니 새벽 동이 트기 시작한다.

새벽 6시쯤 지났을 무렵 제법 쌀쌀한 날씨에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다시금 리셉션으로 갔다.


그 사이에 매니저가 또 바뀌어 있다. 의지의 진상 한국 아저씨!

헤오(Heo) : 좋은 아침! 혹시 어제 나의 이야기를 전달받았니? 두유노우 고소공포증 그리고 베드벅?

새로운 매니저 : 하이. 아니 무슨 일 있었니?

아침부터 또 새로운 매니저에게 다시 설명을 한다. 그리고 애원도 해본다. "제발~"

새로운 매니저에 얼굴엔.. 나를 보면서 딱하다는 표정과 진상이라는 표정 동시에 나타난다.


그리고 20분을 컴퓨터를 뚜드린다.

새로운 매니저 : 후우.. 3층에 2명이 체크아웃하는 방을 찾았어. 4인실인데 2명이 체크아웃하기로 되어 있. 그러면 4명 중에 2명은 나가게 되니 적어도 1개의 1층 침대는 남아있겠?

헤오(Heo) : 정말? 고마워!!

새로운 매니저 : 다만 지금은 아침 7시이고 다른 사람들이 자야 하니까 바로 갈 수는 없고 오후에 재 체크인을 하면 자리는 내어줄게. 오전 9시 전까지 짐을 들고 다시 카운터로 와주길 바래.  

헤오(Heo) : 그럼 그럼! 정말 고마워!! 오후에 체크인할 수 있으면 되지 머.


이게 진상의 힘인 건가 아니면 그저 안쓰러워서 해준 걸까..

어찌 됐거나 몇 명의 매니저와 몇 명의 스태프를 거친 결과 1층 침대를 차지(?)하게 되었다.

앞으로 3일은 정상적으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기쁘던지. 먼가 뿌듯하게 해결 본 느낌. 긴장이 슬 풀린다.

이제는 살았다!


드디어 1층 침대다! 나만의 일층 침대!




에필로그!

방을 바꾸고 1층 침대를 정복하고 나서 하루 뒤!

다리가 글쩍글쩍 간지럽다. 아무 생각 없이 모기라 생각했는데 말할 수 없이 간지러워진다.

일렬로 물린 2방의 자국...  그리고 모기 물린 것과 다르게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빨간 부위.

엄청 크게 부으면서 열도 난다.


헤오(Heo) : 이건 베드버그다!

잠을 자지 않고 2층 침대에서 버텼는데 그 잠깐 꾸벅한 사이에 물린 것이다.

그나마 저녁 내내 로비를 왔다 갔다 했던 것이 2방만 물리게 사실.

이렇게 보면 2층 침대를 바꾼다고 진상 부린 게 완전 럭키비키인건가.


여행을 하고 돌아오다 리셉션에 있는 안경 남직원을 발견했다.

무작정 리셉션을 향해 돌진했다. 다른 스텝이 도와줄 게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저 안경 쓴 친구에게 볼일이 있다고 했다.  


헤오(Heo) : 헤이! 나 기억하니? 내가 방에 베드버그를 발견했다고 했던 거 기억해?

안경 쓴 불친절남 : 물론이지 우리 같이 확인했지만 없었잖아.


물린 다리를 보여주며

헤오(Heo) : 이건 어떻게 생각해? 이게 모기 물린 거라고 생각하니? 이렇게 일열로 물리는 모기가 있니?

안경 쓴 불친절남 : (당황 당황)...  그 방에서 물린 거니?

헤오(Heo) : 그러지 않았을까?  이번 방에서는 베드버그를 못 봤거든.


미안하다는 소리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뜻밖에 답변을 듣게 된다.

안경 쓴 불친절남 : 고마워 이렇게 알려줘서 내일부터는 그방 예약을 받지 않도록 할게.

헤오(Heo) : 어? 내가 물린 건?

안경 쓴 불친절남 : 일단 약을 바르는 게 좋아 보여. 약국은 멀지 않아. 네가 원하면 조식 쿠폰 하나는 줄게.


양아치일까.. 쿨한 걸까...

저 안경남 스태프는 마치 그 옛날 희극 베니스 상인의 후예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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