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퀴는 껌이지!

by 허브러빈스

홀쭉했던 아들의 덩치가

약간 커지기 시작한 건, 코로나 이후였다.

아기 때부터 조용히 앉아 무언가에 몰두하길 좋아했던 성격은

자라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활동적인 운동보다는 정적인 걸 더 편안해했고,

평발이라 더더욱 활동적인 운동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어른들 말씀에 “살이 키로 간다”고 했기에,
‘그래, 많이 드시고 쑥쑥 자라소서~’ 하며 그냥 두었다.
그 결과, 지금은 177cm인 아빠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런데 아무래도,

사람 몸은 좀 날렵해야
건강도 그렇고,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한 번은 어떻게 저떻게

소 같은 아들을 끌고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 또 같이 한 바퀴만이라도 뛰자고,
나는 속으로만 수없이 아들을 졸랐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외쳤다.
“아들아, 같이 함 뛰자!”

결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NO!”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엄마가 아니다.
“그러지 말고 한 번만 같이 뛰자~~
저번에 너도 봤잖아! 강변체육공원 조명이 나가서
지금 엄청 깜깜하단 말이야
이렇게 예쁜 엄마가 혼자 뛰어야겠어~?”


남편에게도 안 써본 알랑방구를
아들에게 동원하고 있는 나 자신이 우습긴 했지만,
그래도 뛰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끌고 나올 수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잠시 후, 아들이 입을 열었다.
“알겠다. 얼마나?”
“얼마나긴~ 일단 뛰면 한 바퀴는 돌아야지!

5km 한 번 뛰어 봅시다!”


요즘 마라톤이 인기다.
몸이든 마음이든, 자기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달려간다는 것.
목표를 정하고, 작은 성공을 거듭하며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그 과정이 좋아서일 것이다.


나도 아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었다.
온라인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몸을 움직이며 만들어지는 즐거움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현실과 이상은 늘 다른 법이다.

절반쯤 달렸을 무렵, 아들은 되돌아가자고 했다.
힘들다거나 하기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말속엔 ‘더 진행하기에는 좀 귀찮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에이~ 우리 아직 다 안 돌았어.
시작한 곳까지는 가보자.”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런 작은 습관 하나가 쌓여서
끝까지 가보는 성격을 만든다고 믿는다.


겨우 설득해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을 무렵,
두 번째 유혹이 나타났다.

떡 하나 물고 간 호랑이가

다시 돌아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고 얄궂게 굴 듯이 떡 하니 나타난 길.
집으로 가는 샛길.
직진만 하면 곧바로 집이 나오는 길이었다.


아들은 말했다.
“목적지는 어차피 집이잖아.”

아들의 말에 깜박 넘어갈 뻔 했다.

물론,

어차피 집에 돌아가야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여기서 목적지는

우리가 처음 뜀박질을 시작하던 지점이었다
기왕 하는 거 매듭을 확실히 짓고 싶었다.


“한 바퀴만 다 돌자.
그래도 한 바퀴 돌았다고 하면

시작점까지 점을 찍어야 왼성되는 거잖아~”

다시 한 번 설득에 설득을 했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아들은 마침내 나와 함께 출발점까지 완주했다.


이야!

결국 또 이렇게 해냈구나!!

나는 아들에게 작은 성공을

안겨줬다는 기쁨에 한껏 고무되었다.
“봐라, 이렇게 한 바퀴 뛰니까 얼마나 좋으냐~”

그 한마디에

0.1초의 망설임이나

의심 없는 아들의 대답이 있었으니...


“한 바퀴는 껌이지!”


껌이라니.
다시 듣고도 웃음이 피씩 났다.


이 한 바퀴를 돌기 위해

처음부터 엄마가 얼마나 속을 졸였는지,

얼마나 많은 설득과 유혹과 집요함을

껌처럼 질기게 씹고 또 씹었는지

아마 모를 것이다, 욘석아!


뭐, 그래도 좋다!
이제 우리 아들에게
‘껌 같은 한 바퀴’가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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