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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일1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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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04. 2023

3. 동물

사람에게서 동물이 연상될 때

누구는 사람을 보면 아우라가 느껴지고 색깔이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간혹 동물이 연상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인 친분이라든가 상대방의 카리스마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에 이유는 모른다.




처음으로 동물이 떠올랐던 사람은 오래전에 헤어졌던 남자였다.



이 사람을 떠올리면 항상 시베리안 허스키를 닮은 멸종 위기 늑대가 떠올랐다. 강하지만 언제 죽을지 몰라 아슬아슬한. 처음에는 이 사람 직업이 검사여서 그런 동물이 떠오른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늘 규칙적인 생활과 루틴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었고 일과 공부와 취미와 노는 시간 분배를 상류층 자제처럼 하는 사람이었다. 말을 하면 꼭 지키는, 내가 아는 "말과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과 달라서 더 좋았다. '멸종 위기 동물 같다'라고 느낀 이유는 아마 나에게만 말했던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남자는 정장이지'라고 말했을 때 웃으면서 '그럼 퇴근하고 바로 봐야겠네'했던 날을 기억한다. 유일하게 떨렸던 사람이기도 하다. 주변에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몸매도 모델 같은 여자들이 많은데 왜 머리는 좋지만 몸매가 모델이 아닌 나를 좋아했는지 그때는 어리기만 해서 이해를 못 했다. 헤어지고 근 한 달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울지는 않았다.





두 번째로 동물이 떠오른 사람은 코치님.



볼 때마다 연상되는 동물이 있는데, 바로 야생 들개.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왜 동물이 떠올랐을까 고민해 봤는데- 아마도 내가 프로 운동선수를 처음 봐서인 것 같기도 하고, 선수 출신 코치에게 훈련을 받는 것도 처음이어서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재차 강조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고 연락처도 모른다. 대화는 오직 훈련장에서 다른 100명과 함께일 때다. 훈련할 때는 상냥하면서도 단호하고, 그 외에는 아주 차갑다. 악감정은 없는 게, 이런 부분은 영화 <보리 VS 메켄로>처럼 이해하거든. 아까도 말했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관계가 아니고 나도 일하는 공적인 자리에서 누가 아는 척하면 똑같이 대할 가능성이 크니까. 어쨌든 이유는 모르겠다. 왜 들개인지, 그것도 야생 들개가 연상되는지. 혹시 이 사람도 프로 선수가 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한 건가.






마지막은 흑표범.



사실 이 사람이 가장 이해가 안 된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것 이상으로 아예 관계가 없다.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다 같이 모일 때만 보는 공적인 관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흑표범이 떠오르고,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묘사하기 힘든 어떤 감정을 느꼈는데 이게 뭐지 뭐지 하고 계속 생각하다가 최근에야 알았는데 - 바로 내가 오래전에 함께 일했던 외교부 사람들한테서 느꼈던 그 기분과 같다는 걸 알았다. 좋고 나쁜 그 모든 것을 포함한. 나쁘게 말하면 정치질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안에서 선한 우정도 있지만 더러움도 있는 그런 거 말이다. 이걸 알았을 때 꺼림칙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습게도 좋기도 했다. 가까이 가고 싶지만 동시에 멀리하고 싶은 양가적 감정이유를 알 것 같아서.




일단 사람에게서 동물이 연상된 경우는 이 세 사람이 전부.


공통점이라면 세 명 모두 남자라는 것 외에는 없다.

이들에 대한 친밀도와 나의 호감도, 존경심 등등은 모두 달라서 더더욱 이해 불가.



... 여담으로 심심해서 표범과 퓨마와 재규어와 팬서를 검색해 보았다.




오늘의 1일1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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