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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13. 2023

다른 별에 사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같은 이야기

책 <사랑하는 개>

엉뚱하거나 매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든 이 단편집 4개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다른 별에 사는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재밌는 점은 분명 다른 별에 살긴 사는데 외계인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다는 거다. 나와 같은 호모사피엔스 조상을 둔 건 분명한데 뭐랄까, 그냥 내가 사는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 사는 사람같달까. 책을 다 읽고나서 그제서야 작가를 확인하고 이력을 확인했는데 이름은 박솔뫼. 오. 역시. 다른 별에 사는 사람같아. 그리고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과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오. 역시. 다른 별에 사는 사람같아.




단편집 <사랑하는 개> 안에는 총 4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있다. 


<고기 먹으러 가는 길>, <사랑하는 개>, <여름의 끝으로> 그리고 <차가운 여름의 길>. 

나는 이 중에서 호접지몽이 떠오르는 <사랑하는 개>와 <여름의 끝으로>가 가장 좋았다. 


모든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꿈인지 생시인지,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여기가 안개 속인지 연기 속인지 이해가 가면서도 헷갈리는, 현실과 환영이 뒤섞인 곳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이 낯설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처음 접해 본 작가라 한번 더 다른 책을 찾아 읽어볼 계획이다. 

쉼표와 마침표 활용법이 인상적이다.


...책 끝 '작가의 말'에서 2018년 여름을 기다리며 "내가 앞으로 할 것들과 하지 않고 하지 못할 것들이 늘 언제나 기대가 된다"라고 써있다.





음식이 맛이 없지는 않았는데 우리는 오늘 하루가 눈 앞에서 썰리는 것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저는 정말 개가 되고 싶어요. (...) 실제의 나는 어떤 곤란한 생각이든 떠오르면 잊으려고 고개를 저으며 뭔가 입에 넣는 것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만드느라 손을 쓰면 조금 잊게 되지 그걸 입에 넣으면 더 빨리 잊게 되지.


동면 직전 언니와 크게 싸웠다. 언니와는 서로 풀지 못하고 풀 수 없는 것이 있었는데 동면 이후 언니에 관한 미움이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혈연처럼 느끼지 않게 되었다.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고 영화 속 사람처럼 그 사람의 성격과 과거가 총체적으로 이해됨과 동시에 그 사람에 관한 감정의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것은 감정이 사라지거나 생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미움이라는 감정이 사라지고 이성적인 어떤 감정이 생긴 것일까? 아니면 나의 인격의 어떤 부분이 변화한 것일까?


나도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어요. 여름의 방을 향해 다가오는 바람에 부딪치듯 섞이듯 걸으며 그게 연인이 아니더라도 길가의 고양이라도 새로운 만남은 필요해 잠깐 그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 역에 도착하더라도 왠지 바로 열차를 타고 싶지 않아 스쳐 지나가 좀더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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