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허브티 내음

앞치마

by 허브티

앞치마를 벗 삼아 내 피부처럼 날마다 착용하고 살아온 지가 어느덧 15년이 되었다.

내 직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의상이자 누구에게나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사물.

지금까지 여러 모양새 앞치마와 ‘만나고 헤어지고’를 해왔다.

새로운 앞치마를 사고 싶어 쇼핑 앱을 둘러보지만, 역시나 마음에 쏙 드는 걸 쉽사리 찾질 못한다. 찾다 찾다가 결국엔 그래, 이번 한 해만 더 입자 하는 앞치마.

출근하면 앞치마부터 입고, 퇴근하면 교사 서랍에 밤새 들어가 있는 앞치마.

휴대전화와 땀 많은 나의 필수품 손수건과 언제든 아가들 침과 콧물을 닦을 화장지를 품어 주는 앞치마 주머니.

40대 후반에 착용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날마다 나와 함께 한 사물이라니!

그러고 보니 안경 다음으로 나와 참 밀착하여 살아온 인생의 장착 도구로구나.

함부로 하지 못할, 소중히 여겨야 할 너,

사계절을 여러 번이나 함께 한 너.

나의 땀과 나의 체취와 나의 손때를 그대로 품은 너, 앞치마야 지금까지 애썼다.

수고 많이 한다.

고맙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허브티 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