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게임처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요가강사를 한다고 하면 첫 번째로 듣는 말 중에 하나는 “몸이 유연하겠네요”이다. 요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딱히 난 유연성이 좋은 몸이 아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뻣뻣한 편에 속한다라고 할까. 뻣뻣한 내 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고등학교 체육시간이었다. 무슨 수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두들 다리를 옆으로 찢는 스트레칭 동작을 하고 있었다. 나는 끙끙 대며 최대한 다리를 벌리고 있는데 그때 내 옆을 지나치던 체육선생님께서 나를 한번 쓱 보시더니 “야 (다리) 좀 더 벌려봐라. “ 하시며 다릴 툭툭치고 가셨던 기억이 있다. 좀 더 노력해 보았지만 거기가 최선이었다.
01. 이번 생에 할 수 있을까?
요가를 꾸준히 드문드문 수련하고, 내 몸에 쓰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내가 약한 부위, 안 되는 동작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부족함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나라는 인간의 타고난 천성인가? 싶다가도 주변 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남들도 다들 그러는 것 같아서 사람 마음이 얼추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최근 빈야사 수업 중에 최고 난의도 자세 중 하나인 왕비둘기자세를 수련하게 되었다. 이 자세를 간략히 설명해 보자면 인터넷에 요가자세라고 치면 나오는 아주 상징적인 자세 중 하나이다. ‘피존포즈’ (한 다리는 접어서 골반 쪽으로 당겨놓고 한 다리는 뒤로 길게 쭉 뻗은 상태로 상체는 위로 바로 세운 자세. 옆에서 보았을 때 백조 같은 모습이라 백조자세로도 불린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뒤로 뻗은 다리를 반 접어 발끝은 천장방향으로 올린 뒤 상체를 뒤로 젖혀서 뒤의 발 발바닥에 머리(정수리)를 붙이는 자세가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자세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 자세를 ‘척척 자세’로 명명하곤 한다. 요가 고수들이 이 자세를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왜 이렇게 설명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척’하고 뒷다리를 척하고 상체를 뒤로 젖힌다.
그리고 ‘척’ 그대로 머리를 발바닥이랑 정수리를 같다 붙인다. 마지막으로 양팔을 머리 뒤로 넘겨서 무릎을 접어 세운 발끝을 ‘척척’ 양손으로 잡는다.
역시나 내가 속해있는 부류는 이 자세를 하는 쪽이 아닌, 동작을 수행하는 요가 고수들 사이에서 열심히 눈알을 굴리며 쳐다보는 쪽에 속해있는 부류였다.
그날도 난 분명 힘들 줄 알면서도 그래도 자세에 좀 더 접근해보자 싶어서 몸을 조금씩 더 움직여보았다. 상체를 좀 더 뒤로 젖혀봐야지 하는데 ‘흡’ 소리가 절로 났다. 머리를 넘겼는데 입이 벌어졌지만 숨쉬기는 불편했다. 뭔가 흉추에서 턱 하고 막히는 느낌. ‘흠… 자 그러면 여기서 팔이라도 좀 더 움직여볼까? 하면서 손과 어깨를 돌리려고 하는데 어깨가 마치 석고상처럼 전혀 회전이 안되었다. 이 정도면 누가 본드로 어깨 관절을 붙여 고정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어깨는 무척이나 뻑뻑했다.
스무스하게 자세를 해내는 사람을 옆에서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노라니 난 약간의 자괴감에 빠졌다. 나도 일반인 기준에선 ‘자세 좀 하는데’라는 소리를 듣는 입장인데 이 자세만큼은 벽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난 요가에 소질이 없나 보다. “난 뻣뻣해서 강사는 힘들겠다. 이번 생에는 이 자세는 글렀어. “ 이런 수많은 망상들이 머릿속을 꽉 채워버렸다.
한동안 물끄러미 완성자세를 바라보던 난 고개를 휙 돌리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부럽다가, 짜증이 치밀러 오르다. 샘도 나고 저 사람은 원래 몸이 잘 열리는 사람이겠지 합리화하다. ‘나 참 못났구나’ 생각이 들었다.
요가는 아사나를 잘하는 것만이 아니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
마음으론 수없이 위에 말을 되새지만, 강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누군 갈 가르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휩싸이다 보면 당장에 쉬운 눈에 보이는 아사나를 다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순간순간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는데도 수련을 하면 할수록, 내 몸을 좀 더 알아갈수록 몸의 긍정적인 모습을 바라보기보단 잘 안 되는 것, 어려운 것에 좀 더 집착하게 된다.
02. 요가를 마치 게임처럼 한다?
이럴 때의 난 마치 요가를 게임처럼 애쓰며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판 깨고 다음 판 깨고 레벨업 해야지라는 아주 일차원적인 생각에 빠져있달까? 애초에 태어나길 다 다르게 나고 자랐는데 동일한 아사나를 각자의 몸에 끼워 맞추는 것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전제가 아닌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몸길이, 팔다리뿐만 아니다 뼈 모양조차도 다 각기 다르다)
이쯤에서 깨달아야 한다. 요가강사도 회원도 다 제각각이다라는 사실을 (다만, 보편성의 원리는 있다. 일반적인 관절의 가동 범위 등은 있다)
03. 오답노트 정리를 잘해야 성적이 오릅니다.
시험에서 틀린 문제가 많을수록 오답노트의 양은 많아진다. 많이 틀릴수록 반대로 맞을 문제는 더 많다는 것이고, 내 것이 될 문제가 늘어난다는 것과 그리고 무엇보다 일등보다 점수 오르는 폭은 꼴찌가 더 크다는 사실
아사나도 마찬가지이다. 쉽게 맞춘 문제는 그냥 쓱 한번 보고 지나치기 쉽다. 한번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꼼꼼히 정리하고 기록하게 된다. 이처럼 아사나도 마찬가지 잘되는 동작은 그냥 별생각 없이 지나치기 쉽다. 왜?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잘되니까. 이에 반해 잘 안 되는 동작에서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생겨난다. 그 속에서 아사나에 얽힌 나의 몸의 히스토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잘되는 동작은 잘되는 데로 좀 더 공부하고 잘 안 되는 동작은 그만큼 좀 더 수련을 하고 몸을 갈고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으로 한번 생각해 보자
난 (유연성)을 부족하지만 (힘)은 좋다
난 (후굴)은 잘 안되지만 (전굴)은 수월하다.
이렇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수련해 봅시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 거예요
오늘도 나마스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