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가운데 5월 18일 전라남도 광주에서 비상계엄 해제와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은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광주시민들은 시민군을 만들어 계엄군에 맞서 싸웠습니다."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서 발췌하였다. 한 단어, 한 단어 귀하게 읽어본다.
'폭력적'과 '수많은'에 함축되어 있는 구체성을 그려보려고 애쓴다. 정제된 사진과 단어로는 부족하여 당시의 사진들을 부러 찾아 살펴보며 입체적으로 보려 애써본다.
목울대가 메이고 숨이 가빠지지만 이 정도의 미약한 불편함이 무엇이랴 싶다.
얼마 전 전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5.18 민주항쟁에 크게 빚졌으니, 나의 우울함과 고통은 마주해도 좋을 크기이다.
많은 사진 중에서 두 손을 결박당한 채 일렬로 서있는 이들의 등을 바라본다. 앵글에 잡히지 않는 이까지 가늠해 본다.
그들의 표정을 상상해 보고,
머릿속으로 누구를 그리고 있을지 떠올려보고,
그들의 얼굴에 내가 아는 이들의 얼굴을 입혀본다.
등에 총부리를 겨누는 얼굴과
뷰파인더로 그들을 바라보는 얼굴도 거기에 있었음을 인지하려 한다.
그 사진이 찍히고 난 뒤에 총부리를 겨누는 얼굴과 카메라를 들었던 얼굴은 어땠을까.
그 가족들의 얼굴과 그들의 다음날, 그다음 날 그리고 오늘까지 부족한 상상력을 더해 물음표를 던져본다.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상상인데, 이것도 고통스럽다고 징징거리는 내 마음을 다그치며 상상을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