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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그림일기]삶의 물길.

2023.5.27

by 수수한



물이 반복해서 흐르다 보면 길이 생긴다. 처음에는 다른 곳으로 흩어지기도 반복하여 가장 깊이 파인 곳이 물길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고 의심 없이 흐르다 보면 더 깊은 길을 확고히 만든다. 다른 곳으로 흐를 여지가 없어진다.

반복된 하루하루가 쌓여 삶의 물길을 만들었다.

의심 없이 흐르는 물처럼

하루에 한 발짝, 다음날에 다음 발짝을 내딛으며 열심히 살았다.

내 발등만 바라보고 걷느라 몰랐는데 발등 앞에 툭 걸리는 벽이 보인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보니 위로도 좌우로도 끝도 없는 담이 놓여 있다.


하루간 애써 옮긴 한 발짝에 자조하며 발등만 바라보고 걷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묻는다.


벽을 그려 넣는 것은 가혹하여 큰 나무를 그렸다.

그러나 언제나 발끝 앞에 가로막은 것이 나무일리는 없으니 순간순간 고개를 들어보렴.이라고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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