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등지고 나오면서 계단에 발을 딛었을 때 계단 옆가 뜨거운 모래 위에 자라고 있는 초록 식물을 보았다.
순간 "어머 얘네 좀 봐." 하며 주저앉아 곁에 모래를 쥐어보았다. 물기 하나 없는 뜨거운 모래는 손 안에서 쉬이 부서졌다. 안쓰러움과 경이로움이 혼재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나의 눈은 계속 그 초록을 좇았다
선인장처럼 생겼다면 이런 마음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내 집 화분 어디에 담아도 어색하지 않을 모양새가 계단에 오르던 발을 거두게 했다. 쪼그려 앉아 모래를 쓰다듬게 했다.
문득 가엾게 여기는 내 감정이 얼마나 알량한 것인가 머쓱해진다. 내 상식으로 응당 네가 있기 적합한 곳을 따로 그려놓고 안타까워했는데, 너의 의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철저히 내 식대로 너를 바라보았으니 말이다. 네게 가장 적합한 곳은 바로 여기일 텐데 그래. 부끄럽게도 내가 알고 있는 곳이 옳다고 생각해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