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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그림일기]너에게서 거둘 감정

2023.6.6

by 수수한

바다를 등지고 나오면서
계단에 발을 딛었을 때 계단 옆가 뜨거운 모래 위에 자라고 있는 초록 식물을 보았다.

순간 "어머 얘네 좀 봐." 하며 주저앉아 곁에 모래를 쥐어보았다.
물기 하나 없는 뜨거운 모래는 손 안에서 쉬이 부서졌다.
안쓰러움과 경이로움이 혼재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나의 눈은 계속 그 초록을 좇았다

선인장처럼 생겼다면 이런 마음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내 집 화분 어디에 담아도 어색하지 않을 모양새가 계단에 오르던 발을 거두게 했다. 쪼그려 앉아 모래를 쓰다듬게 했다.

문득 가엾게 여기는 내 감정이 얼마나 알량한 것인가 머쓱해진다. 내 상식으로 응당 네가 있기 적합한 곳을 따로 그려놓고 안타까워했는데, 너의 의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철저히 내 식대로 너를 바라보았으니 말이다.
네게 가장 적합한 곳은 바로 여기일 텐데
그래. 부끄럽게도 내가 알고 있는 곳이 옳다고 생각해버렸나 보다.

매일을 푸른 바다를 마주 보며 사는 너에게. 내가 뭐라고.

안쓰러움은 거두고 경이로움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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