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수한그림일기]오늘 유효했던 마법의 말은.

2023.6.7

by 수수한

"오늘까지 책 반납해야 해서 마치고 도서관 가야 해."

모두에게 돌아온 답은 흔쾌한 "응"이다.


상호대차로 신청해 놓은 책을 찾으니 도톰해진 에코백에 내 마음도 제법 도톰해진다.

아이들은 내 앞에 묻는 눈빛을 반짝인다. 오늘은 몇 권을 빌릴 수 있는지 내 분부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미 빌려놓은 책이 집에 있어 오늘 우리에게 허락된 양은 우리 넷, 각자 사이좋게 두 권씩이다. 다소 아쉬워 보인다.


서가를 거닐다가 부부로 보이는 어르신들을 보았다. 할머니는 큰 글자 책 두 권을 품에 안으셨고, 베레모를 쓴 할아버지도 몇 권의 책을 품에 안고 데스크로 향하셨다. 그 모습이 멋지다 생각했다. 우리도 그때도 나란히 함께 도서관에 오기를, 홀로 다짐과 같은 소원을 빌어보았다.


도서관을 나서며 차를 집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짝꿍을 쳐다보니

"치킨 먹고 들어갈까?" 한다.

파삭이는 나초와 나와서 먹으니 더욱 바삭하고 뜨거운 치킨, 나에게만 허락되어 재미는 덜한 맥주 한 잔이었지만

우리는 쉽게 행복해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