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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un 20. 2023

[수수한그림일기]걸으며 쓰는 꽃지도

2023.6.19

어제는 평소보다 한 시간 늦은 시간 요가하러 나섰는데 예상치 못한 저녁 공기에 당황스러웠다.

공중에 큰 이불을 덮어두어 뜨거운 공기가 고여있는 듯한 느낌.


출퇴근길이나 목적지에 갈 때와는 다르게  요가하러 가는 저녁길은 곳곳에 꽃나무가 무엇인지를 자연히 익히게 된다.


저 큰 나무가 목련 나무임을 알았다. 지금은 당연히 목련 하나 피우고 있지 않지만 어두운 밤마저 환하게 밝힌 탐스러운 꽃송이를 기억한다.


지난달만 해도 곳곳의 색과 모양, 크기가 저마다 다른 장미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놀이터 담벼락에 흐드러진 빨간 장미 덩굴을 보았는데 조금 더 걷다 보면 화분에 기르고 있는 코랄빛 장미를 보게 되고, 또 걷다 보면 아파트 담벼락에 앙증맞은 핑크빛 장미를 보게 되는 일이 계속 벌어져 5월이 장미의 달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마음먹고 장미 보러 가는 장미 축제가 아닐진대, 마치 5월에 이 동네에 꽃이라고는 장미밖에 없는 기분이었달까.


 그리고 어제 능소화를 발견했다. 그래. 능소화의 계절이구나. 미련도 없이 꽃송이 통째로 툭 떨어지는 능소화를 보면 왠지 아련하달까 처연하달까, 그러한 기분이 든다.


꽃 하나 없는 겨울에도 기억할 수 있는 꽃나무 지도를 6월까지 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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