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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un 22. 2023

[수수한그림일기]보온주전자에서 드립백까지

2023.6.20

사실 드립백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없어서 별생각 없이 뜯었는데 포장을 뜯자마다 향이 진해 놀랐고

마실 때도 만족스럽게 마셨다.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그 결괏값이 기대보다 좋았다는 것은 어쩜 작은 이벤트일 수 있고 작은 덤이 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했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몰려온다면 매우 당황스럽고 끔찍한 일일테니까.


그러니까

예상치 못했는데, 좋기까지 했다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대단한 운인 것이다.


오늘 일터에서 쓰는 보온주전자와 컵이 부딪히자마자 쩍 소리가 났다. 깨진 쪽은 보온주전자였다. 보온주전자는 유리로 되어있었으므로.


기대 안 하고 열었던 드립백의 향기 따위에 운이니 덤이니 할 일인가 싶지만 0에서 시작을 하지 않고, 그러니까 보온주전자가 깨진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면 꽤 괜찮은 덤이 되는 거지. 예상치 못해 나쁜 쪽으로 기울 수도 있는데 좋은 쪽으로 단 1그램이라도 기울었으므로.


드립백에서 시작하여 보온주전자로 가는 마음이면 괴로운 인생이 되는 거고.


지금은 보온주전자에서 맥주와 오징어로 왔다. 얼음 동동 맥주에 오징어를 씹으며 양인모의 연주를 귀에 꽂고 끄적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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