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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17. 2016

편리함 대신 흙을 잃은 우리들

비 오는 날의 짧은 생각

몇 일 전 비오는 날

아침 출근길 사무실에 우산을 들고 왔다.

어제저녁부터 내린 비로

거리에는 군데군데 물이 고인 곳이 보였다.


열심히 보도블록을 밟으며 지나가는데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이 있나 둘러보았다.

보도블록 위에 잠시 서다

우리 집 근처는 아직 개발이 덜된 곳이라

드문 드문 흙이 있는 곳이 보였고

운이 좋으면(?) 가끔 흙을 밟을 일이 있다.


하지만 여기는 서울의 가장 가운데인 종로

흙이래야 겨우 나무 옆에 나온 작은 공간이 전부였다.

거기 조차도 사람이 밟지 못하게 작은 철이 들어가 있다.


흙을 밟는 건 불가능


도로는 더 하다.

아예 흙은 볼 수가 없다.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다

간혹 도로 공사를 할 때가 되어서야

속내를 가끔 드러내니 말이다.


간혹 운이 좋으면 우레탄으로 된 곳이 있어서

충격을 줄여주기는 하지만

도시에서 그런 우레탄 소재의 바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집 앞의 우레탄 바닥길


도시화로 인해 사람들은 편리함을 얻었다.

비 오는 날 흙이 튀는 일도

먼지가 날려서 지저분해지는 일도 없다.


대신 몇 백 년 전의 사람들처럼

흙을 밟으며 사는 일은

농촌에 살지 않는 한 거의 힘들다.


가끔 시간을 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

휴일만이라도 땅을 느끼고 싶고

자연 속에 들어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내일은 흙을 밟으며 흙내음을 느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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