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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11. 2019

악마에게 그림자를 팔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https://brunch.co.kr/@hermite236/1161

'여행의 이유'를 읽다가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그림자를 판다는 말에 약간의 동화 같은 느낌이 들어 시시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읽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다.


주요 줄거리

  슐레밀은 부자 욘이 초대한 자리에 이상한 회색 신사를 보게 된다. 회색 신사는 자신의 옷 안주머니에서 양탄자부터 아주 거대한 것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내놓는다. 그런 괴이한 행동을 하는 회색 신사는 슐레밀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금화가 끊임없이 나오는 마법 자루를 내밀며 슐레밀의 그림자를 팔라는 것이다. 금화에 눈이 먼 슐레밀은 제정신을 잃고 자신의 그림자를 팔게 된다.

  하지만 이내 슐레밀은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들에게 비난과 조소를 받는다. 그림자를 팔았던 거래를 되돌리고자 하인 벤델을 시켜 회색 신사를 찾게 하지만 하인은 눈 앞에서 회색 신사를 놓치고 만다. 회색 신사는 하인에게 몇 년 후 다시 만날 것이며 다른 거래를 제안하겠다는 한 마디를 남긴다.

  슐레밀은 그림자 없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하인 벤델의 그림자를 이용하다가 어느 날 이상형 파니를 만난다. 하지만 파니는 이내 슐레밀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를 뿌리치고 달아난다. 좌절한 슐레밀은 다른 도시로 떠나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새로운 휴양지에서 페터 슐레밀은 많은 금화를 쓰는 모습에 사람들로부터 페터 백작이라는 칭호를 듣게 된다. 그곳에서 산림국장의 딸인 미나라는 여자에게 반해 청혼을 한다. 슐레밀의 또 다른 하인 라스칼은 슐레밀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소식을 전하고 미나에게 청혼을 한다. 3일 내에 그림자를 찾아오라는 미나 아버지의 이야기에 괴로워하던 슐레밀에게 회색 신사가 찾아오며 거래를 제안한다.

"죽은 후 나는 이 서류를 갖고 있는 이에게 내 영혼을 넘길 것을 유언으로 서명 하노라."

영혼을 팔라는 이야기에 슐레밀은 그럴 수 없다고 하자 회색 신사였던 악마는 슐레밀의 그림자를 살짝 보여주며 영혼을 파는 서류에 사인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슐레밀은 거래를 끝내 거부하고 악마는 자리를 떠난다.

  괴로워하던 슐레밀은 평야에서 투명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두건을 차지하여 다시 미나의 집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사실 그 두건은 악마가 일부러 떨어트린 것이었다. 미나의 아버지는 딸에게 슐레밀의 하인 라스칼과 혼인을 하라고 종용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슐레밀에게 악마는 슐레밀의 손에 살짝 상처를 내 피를 흘리게 하고는 영혼을 파는 서류에 사인할 것을 다시 한번 권한다. 하지만 슐레밀은 사인하지 않는다.

  슐레밀은 라스칼과 미나가 혼인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인 벤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그리고 말 한 마리와 함께 혼자서 떠난다.

  길을 가다가 나그네를 만나 뛰어난 철학에 대해서 들으며 감탄하지만 사실 그는 악마였다. 악마는 잠시 그에게 그림자를 빌려주자 슐레밀은 잊었던 그림자의 힘을 깨닫는다. 악마는 다시 한번 영혼을 팔기를 권유하며 금화가 나오는 마술 자루만 흔들면 자신은 언제든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문득 부자 욘이 떠올라 욘이 어디 있냐고 악마에게 묻자 주머니 속에서 욘의 창백한 얼굴을 꺼낸다. 욘은 자신이 저주를 받았다는 말을 하자 슐레밀은 이내 두려움에 가득 차 마술 자루를 깊은 물속에 던지며 악마에게 사라지라고 말한다.

  슐레밀은 돈도 없이 그림자도 없이 혼자만의 여행을 계속한다. 밑창이 떨어진 장화 대신 새로운 장화를 사려하지만 비싸서 포기하려다가 금발의 곱슬머리 소년으로부터  낡은 장화를 산다. 그 장화를 신고 걷자 숲, 평야, 모래사막 등이 번갈아 나타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장화는 한 걸음으로 7마일(11.2km)을 나는 신기한 장화였던 것이다.

  슐레밀은 아시아와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대기를 조사하기도 하고 식물과 동물을 조사하기도 한다.

  슐레밀은 북극에서 한쪽 발이 빠지는 바람에 추위에 떨다가 다시 땅에 발을 내디뎌 움직이자 이번에 사막에 도착하여 열기에 병이 든 상태가 된다. 겨우 다시금 발길을 옮기지만 어떤 사람의 발에 부딪혀 충격으로 정신을 잃는다. 눈을 뜬 슐레밀은 자신이 병원 침대에 눕혀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위를 돌아보니 그 병원은 하인 벤델이 세운 슐레밀 병원 재단이었다. 슐레밀은 기운을 차리고 작은 메모를 남기고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책 속 삽화-마법의 장화를 신은 슐레밀


기억에 남는 문장

p.138

친구여, 자네가 만약 사람들 가운데 살고 싶다면, 부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고 그다음에 돈을 중시하라고 가르쳐주게나. 물론 자네가 단지 자기 자신, 그리고 더 나은 자기 자신과 함께 살고 싶다면, 자네에게는 그 어떤 충고도 필요 없겠지만


읽고 나서 

  악마가 금화 자루를 흔들며 그림자를 팔라고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나도 돈에 눈이 먼 인간이기에 슐레밀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저자 샤미소가 말한 그림자가 무엇이었을까?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우리에게 그림자는 명함이 아닐까 싶었다. 업무 미팅 자리에서 주고받는 명함에서 서로의 그림자를 보여주며 자신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인 그림자를 드러내는 것이겠지.

  하지만 저자 샤미소는 그 어떤 그림자도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슐레밀은 마지막에 자연과학에 관한 책과 논문을 집필하며 그림자에 대한 속박에서 벗어나 순수히 연구에만 집중하는 삶을 산다. 결국 그것은 그림자라는 것은 타인과 어울릴 때에만 의미가 있을 뿐 자신에게 집중해 더 발전된 자기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려준다는 느낌이었다.

  타인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기 위해 정작 자신을 놓치고 내 그림자에게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에게 되물으며 책을 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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