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3명이 탔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 3명이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얼굴을 보니 모두 같은 층에 일하는 사람은 맞았다. 나는 제일 앞에 서 있기에 엘리베이터 안쪽에 섰다. 3명이 모두 타고나서 문이 닫혔다.
움직여야 할 엘리베이터가 가만히 있는 느낌이 들었다. 10초 안 되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엘리베이터에 탄 어느 누구도 층을 누르지 않은 것이었다. 왼쪽 버튼 앞에 선 사람이 부랴부랴 해당 층수를 눌렀다. 양쪽 버튼 앞에 선 두 사람은 서로 멋쩍은 듯 알 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있었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세 사람 모두 ‘누군가는 누르겠지’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문득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타인에게 도움을 구할꺼라면 ‘여러분 도와주세요’와 같이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지만 ‘가방 든 안경 쓴 아저씨 이거 도와주시면 안 되나요?’ 이렇게 상대방을 특정하면 나를 도와줄 확률이 조금 더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도 내가 누르지 않으면 즉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데 상대가 알아서 움직이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최소한 버튼을 누르려는 사소한 노력이라도 상대에게 표시해야 결과가 돌아오지 않을까?
문 닫힌 엘리베이터가 내게 ‘당연히는 없다’는 말을 하나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