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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21. 2019

변덕쟁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해가 수평선 위로 올라온다.

금세 도로는 잘 익은 홍시를 깔아 놓은 듯 붉게 물이 든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에게도

주변에 서 있는 나무에게도

불그스름한 홍시빛 색깔이 곱게 칠해진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에게 싫증이 났는지

해는 바다 위로 살짝 떠오른다.

바다 위에 곱게 물든 직선 도로 하나가 생긴다.

해는 '날 보러 와요'라고 손짓하지만

아무리 제 빠른 비행기라도 달려갈 재간이 없다.

이번에도 기분이 상했는지

다시 해는 구름 속으로 쏙 숨어버린다.

곁에 있던 구름마저 솜사탕처럼 붉게 물이 든다.

하지만 구름과도 합이 잘 맞지 않았는지

아니면 무엇이 궁금했는지

다시 얼굴을 구름 밖으로 불쑥 내민다.

모두가 사라지고 하늘 위에 붉게 뜬 해

이제야 제 모습을 찾았나 보다.

그에게는 본디 홀로 있을 때

제 모습을 나타내나 보다.

홀로 있을 때 자신이 더욱 빛나는 법인데

해는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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