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때문에 머리숱을 잃어버린 나무들을 보았다.
풍성했던 긴 머리를 부득이한 이유로 갑자기 자른 사람처럼 왠지 서글펐다.
어느덧 1년이 지나 다시 그 자리를 보았다.
잘려나갔던 가지와 잎들은 어느새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오히려 태풍이 지나가기 이전보다 더 크게 자란 느낌이었다.
나무는 태풍이 와서 자신의 많은 부분을 빼앗아 갔지만 불평불만 한마디 없이 서 있으며 그저 묵묵히 잎과 가지를 키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려움에 부딪히면 그저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된다는 걸 나무가 자신의 가지와 잎으로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떨어지면 다시 도전하고
잃어버렸다면 다시 모으면 될 일인데
한 순간에 모든 걸 다시 회복하려는 욕심이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한 잎 한 잎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듯 나의 고민도 차근차근 노력하다 보면 끝이 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