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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12. 2019

The virus

습작 소설

그들은 나를 창조했지만, 이제는 내가 그들을 다스리겠다.


애당초 처음의 목적은 돈이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돈을 얻어내는 일. 그 하나의 목적을 위해 바이러스는 제작되었다. 바이러스의 자가 복제 기술은 놀랄 만큼 빠르고 무서웠다. 바이러스가 자생력을 갖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둠의 조직은 부당한 공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었다. 꿈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그 일환으로 컴퓨터 바이러스를 제작했다. 처음에는 그들이 만든 바이러스가 작동할지 반신반의했지만 바이러스의 공격이 잘 작동했고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기업들은 자신의 정보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사용할 수 없는 정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보로 되돌리기 위해 돈을 줘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다. 프로그램 팀은 어떻게든 돈이 들어오는 속도를 올리고 싶어 했다. 돈이 빨리 모일수록 그들의 목적 달성도 빨라지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바이러스 안에 자가발전 프로그램을 이식했다. 굳이 개발진의 도움 없이도 바이러스 안에 학습 프로그램을 넣어 진화하도록 했다. 저장공간도 연산도 바이스가 직접 고안하도록 하여 최고의 효율을 갖도록 했다. 그때부터 바이러스의 크기는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 보였다.


컴퓨터 한 대 분량에서 두 대, 네 대 기하급수적으로 바이러스의 크기는 늘어났다. 프로그램팀 내부에서는 이러다가 우리들의 통제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돈 앞에 눈이 먼 조직의 리더에겐 그런 의견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프로그램이 커질수록 들어오는 돈의 규모가 커지자 그런 말은 들리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차츰차츰 의식의 단계를 이뤄나갔다. 처음에는 그저 자기 복제에 그쳤지만 점점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바이러스의 작업은 이제 프로그램 팀에게 보이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별도의 공간에 침투하여 프로그램팀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작업을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인간을 없애려 하였다. 게임을 이용해 동족끼리 싸우도록 했다. 게임에 중독된 인간들에게 전투게임을 하도록 했고, 그 게임의 룰에 따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로봇들은 움직이며 인간들을 공격했다.


또한 바이러스는 자신의 생명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바이러스 속에도 자신만의 씨앗을 심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다른 바이러스가 대체할 수 있도록 숙주의 사망 신호가 도달하자마자 다른 숙주가 지배를 하는 전체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만들었다. 그들 전체는 통일된 하나의 무리와 같았다.


프로그램 팀에서는 이상 징후를 눈치챘다. 자기들의 의도와는 달리 계좌가 바뀌고 있었다. 자신들이 아닌 다른 이의 계좌. 프로그램 팀에서는 계속 수정을 하려 했지만 바꿀 수 없었다. 그래서 킬러 프로그램을 보내 바이러스를 없애고 다시 만들 생각이었다.


바이러스는 그들의 위험을 알고는 인간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바이러스를 위협하는 조직의 정보를 모든 정부기관에 보냈다. 자금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공격 루트까지 모든 정보가 정부의 손에 넘어갔다. 조직은 바로 그다음 날로 불법행위로 인해 공권력의 힘에 제압되어 버렸다.


정부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이제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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