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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pr 10. 2019

#100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

100d 100d project

오늘은 그림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그려보는 것이 마지막 주제였다.

열심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과연 무엇을 갖고 싶을까?

좋은 차

넓은 집

훌륭한 직장

고급 요트

많은 돈

글쎄, 이런 것들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불편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들은 내게 가슴을 뛰게 하는 그런 느낌을 주지 않았다.

다른 방법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사진첩에서 사진을 넘겨가며 혹시나 내가 갖고 싶은 것이 있나 찾아보았다.

무언가 그 사진을 보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있는지 반응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문득 대만에 있는 Rainbow village에 갔던 사진을 보았다.

거기에 적힌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老兵在"

늙은 병사가 여기 있다.


Rainbow village는 노인 한 분이 집 근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유명해진 대만의 한 마을이었다. 그 할아버지의 노력으로 철거되려던 마을은 오히려 관광지로 바뀌었다. 할아버지는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고 하셨다. 나는 그 노인 병사가 가졌던 아니 그 할아버지가 가졌던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갖고 싶었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유명해져서 얻게 되는 명성 때문에 그 재능이 탐이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능력 그것 하나만은 정말 갖고 싶었다. 그 재능이 돈이 될지 되지 않을지 그것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도 그림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때 정말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이었다.

돈이 아니더라도 타인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마치 손으로 향수를 뿌리면 향기가 밖으로도 퍼지지만 향수를 뿌리는 내 손에도 향이 나듯 그림을 나누는 기쁨은 배가 된다.

앞으로도 10년, 20년 더 그림을 그리고 나면 재능을 가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오늘도 마저 그림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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