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18. 2019

#077 오리 없는 오리배

100d 100d project

작은 아이가 창 밖을 보더니 나에게 이렇게 외쳤다.

"아빠, 오리배야!"

내 시야에는 오리는커녕 조류로 보일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빠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운전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옆에 있던 아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리배는 아니고 그냥 타는 배는 있네."


작은 아이 눈에 작은 호수에서 배를 타고 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던 것이다.

가던 방향을 바꾸어 선착장 부근에 주차를 했다.


'이 더운 날에 오리배라'

고생길을 직감했다.

작은 아이가 아빠랑 꼭 타야 된다며 고집을 부리는 통에 무서움이 많은 큰 아이는 엄마랑 타게 되었다.


아내는 그래도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며 한 손에 빨간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오히려 보는 '내가 물에 빠뜨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렇게 아내는 손에 힘도 주지 못하고 쌀 한 가마니를 앞에 싣고 오리배를 탔다.


다리가 뻐근해질 무렵 이제는 그만 타자며 아이를 달래어 겨우 오리배 놀이를 끝냈다.

다시 목적지로 돌아가는 길 다른 이들은 다리를 풀며 갈 수 있었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내 다리는 열심히 엑셀과 브레이크를 누르며 운전을 계속했다.


이제 오리배를 타면 내가 앞자리에 앉고 아이에게 뒷자리에서 열심히 구르라고 하게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076 미안해요 벤틀리 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