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구독 미, 답장 답장 미
내가 구오빠들을 좋아하던 2G폰 시절엔 UFO타운이라는 게 있었다. 그룹마다 고유 번호가 있고, 거기에 해당하는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 가수가 전용 기기로 직접 답장을 하는 방식이다. 종종 명절 잘 보내라는 등의 단체문자도 온다. 나는 게임을 추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가(그 전에 이미 100통 넘게 보냈었다) 모 멤버에게 '풋볼 매니저'를 추천한다는 답장을 받고 기뻐했던 적이 있다. 팬카페에 올라오는 오빠들의 재미난 답장을 구경하는 게 낙이었다. 1회 백원 남짓의 저렴한 이용료(200원이었나?), 내 메시지를 멤버가 읽을 수 있다는 두근거림, 멤버와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설렘. ufo타운은 그 시절 센세이셔널한 팬서비스였다. 최근까지도 맥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2020년, 바야흐로 구독의 시대다. 나는 현재 왓챠 플레이, 티빙, 넷플릭스, 지니, 멜론, 이슬아 작가와 문보영 시인의 메일링, 예스24 북클럽 등을 유료로 구독하고 있다. 비물질적 서비스를 돈을 내고 구독하다니, 대략 10년 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리고 SM은 이러한 시대에 발맞춰 '디어유 버블'을 런칭했다. 월 구독료를 내면, 내가 선택한 멤버에게 단체 메시지가 오는 형식이다. 나의 이름을 직접 설정할 수 있고, 최근 업데이트 되어 멤버에게 답장도 보낼 수 있다. 아티스트와 1대1로 카톡을 주고받는 느낌을 준다.
엔터테인먼트의 상술에 성실하게 휘말리는 나지만, 이 서비스는 정보화 시대 자본주의의 표본으로 보인다. 돈 내고 메시지를 기다리고(매일 오는 것도 아님), 돈 내고 읽씹 혹은 안읽씹 당하기. 답장할 말을 고르고 고르다 보면 갱생 불가 오타쿠가 된 느낌까지 받는다. 그래도 결국 글자수에 맞춰 답장을 몇 자 써보지만 무언가 께름칙하다. 어쩐지 크게 당한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을 취소하지 않는다.
텍스트 메시지 한 줄도 돈이 된다니. 너는 너 자체로 자산이고 가치구나. 나도 근미래에 너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최애가 보냈던 메시지를 쭉 훑는다. 셀카를 보내거나 안부를 묻거나 노래를 추천해주는 최애. 짜릿하다. 그러나 밀려오는 현타는 어찌할 수 없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1' 옆에 휴지통 표시를 누를까 말까 고민하다 누르지 않는다.
요즘은 택배도 하루만에 온다지만 나는 며칠 째 카톡을 쌓아두고 산다. 그러나 최애의 버블이 오면 칼답을 한다. 대화방에 들어갔다가 '1'이 사라지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대화가 끝난 톡방을 굳이 클릭해서 톡의 내용을 천천히 다시 읽고 행복해하는 것은 대학교 새내기 때 첫 연애 이후로 처음이다. 내 답장을 진짜 볼까, 하는 기대감과 약간의 부끄러움이 동시에 생긴다. 모쪼록, 최애가 좋은 것만 보고 읽었으면 좋겠다.
팬서비스도 시대에 맞춰 진화한다. 미래엔 어떤 팬서비스가 생길지 상상해본다. 내 아이돌이 홀로그램이 되어 우리집 방구석에서 나만을 위한 콘서트를 열어주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꽤 신나고 또 슬플 것 같다. 아이돌 팬들을 위한 획기적인 서비스를 기획하는 상상을 하다 이내 단념한다. 나는 그냥 즐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잘 즐기는 것도 힘이 드는 일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