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에 ‘숨참고 LOVE DIVE’ 했던 순간
Z세대인 나는 6살 때 어린이집에서 컴퓨터를 처음 배웠다. 지금으로선 상상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두께의 모니터를 보며 나는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곳 말고, 저 너머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익혔다.
아마도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부모님이 컴퓨터를 사줬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나는 컴퓨터 중독자가 돼 있었다. 동생과 번갈아가면서 컴퓨터를 했다. 그땐 프라이버시 같은 것도 없었으므로 컴퓨터로 서로가 뭘 하는지 구경하면서 같이 놀았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2006년의 늦여름이었다. 나와 동생은 그 날도 어김없이 쥬니어네이버에 들어가서 플래시게임을 하고 있었다. 홈페이지를 샅샅이 살펴보며 새로운 게임을 찾다가 쥬니어네이버에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도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슈퍼주니어의 ‘U’와 댄싱 아웃’ 뮤직비디오가 차트 높은 순위에 있었고, 우리는 그 영상들을 눌렀다. 해변에서 열세 명의 오빠들이 웃으며 신나게 노는 모습과 경쾌한 리듬, 그리고 규현 오빠의 아름다운 미소. 아. 10살이라는 나이에 돌연 ‘덕통사고’를 당해버린 거다. 나는 슈퍼주니어를 검색한 후 데뷔곡 ‘트윈스’와 후속곡 ‘미라클’의 뮤직비디오를 계속 돌려봤다. 그 때부터 내 몸에는 ‘핑크 블러드’가 흐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SM 덕질이 시작된 것이다.
슈퍼주니어의 팬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슈퍼주니어의 영어 스펠링 외우기였다. 초등학생 때는 또래보다 영어를 잘했었는데, 슈퍼주니어의 ‘어’가 왜 ‘er’이 아니라 ‘or’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영어 노트에 슈퍼주니어 스펠링을 쓰면서 내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리고 또 쥬니어네이버는 ‘쥬’인데 왜 슈퍼주니어는 ‘주’로 쓰는 건지. 당시엔 외래어표기법 같은 걸 알 턱이 없으므로 그냥 외우는 수밖에. 그렇게 열심히 외워가며 덕질을 시작했다.
내가 슈퍼주니어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건 2006년 가을쯤이고, 슈퍼주니어는 2005년 11월 6일에 데뷔했다. 그러니 그때 나는 ‘늦덕’이었던 셈이다. 그들이 나왔던 프로그램을 찾아보고(그땐 저작권 개념이 희미했어서 블로그에 예능 풀영상 모음이 올라왔었다), 앨범 수록곡을 들으며 그들과 나 사이에 있던 시간의 간격을 충실히 메워갔다. 다행히 그땐 덕질과 공부를 병행하며 그들을 건강하게 사랑했다. 지금보다 초등학생 때가 더 의젓하고 성실했던 것 같아서 눈물이 난다.
이땐 정말 몰랐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아이돌 덕질을 하게 될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