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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목 Oct 09. 2022

운세를 믿는 마음

나무가 없는 사람


 별자리 운세나 사주를 기반으로 하는 오늘의 운세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 매일 포춘쿠키를 까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별자리는 매주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걸 보고 운세는 네이버나 점신 어플을 이용한다. 말 나온 김에 한 번 보고 와야지.


 기분 좋은 도전이 이뤄지는 날입니다. 해내지 못할 줄 알았던 일을 해내고, 인정을 받게 됩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자신만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며 그로 인한 자신감이 가득 생길 수 있습니다.


 헉 오늘 운세 완전 대박 좋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시각은 오후 7시 51분. 카페에서 글을 쓰다가 테니스를 갈 거고, 테니스 끝나고 체력이 허락한다면 잠깐 자전거를 탈 거다. 카페에 오기 전엔 하루종일 회사에 있었다. 도전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유감.


 이렇게 운세는 가끔 빗나간다. 어쩌면 가끔 들어맞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운세를 확인한다. 로또가 당첨될 확률 보다는 운세가 좋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좋으니 남는 장사다.


 사주. 나는 사주를 믿기 싫지만 내 인생은 대체로 사주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무섭고 신묘한 일이다. 사주가 말하는 나는 고독하고, 학문을 좋아하고, 글을 써야 하고, 국어와 교육 계통에 관심이 있다. 20대까진 쭉 힘들고 30대부터 잘 풀릴 거다. 남자는 없다.


 나에게는 ‘목’, 그러니까 나무가 부족하다. 초록색이나 파란색 계열이 길하다. 이걸 안 순간부터 나는 초록색 다이어리와 초록색 펜을 쓰고 연두색 이북리더기 파우치를 쓴다. 그냥 무언갈 사려고 할 때 초록색이 있으면 그걸 산다. 가장 좋아하는 색도 초록색이 됐다. 브런치 작가 이름이 정은‘목’인 이유도 나무를 채우기 위해서다.


 청주 색깔사주에서 사주를 본 적이 있다. 아마 그게 내 인생 첫 사주풀이였을 거다. 사주 선생님이 해줬던 말은 딱 한 마디 빼고 다 까먹었는데, 그 한 마디가 너무나도 정확해서 소름이 돋았다. 가장 믿기 싫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지난해 취업을 준비할 때 크몽에서 사주를 봤다. 취업운이 23년 말부터 강하게 들어온다며 일단 대학원 진학을 추천해 줬다. (대학원과 취업, 공무원 준비 셋 중에 뭐가 나을지 물었다) 셋 중에 가장 하고 싶던 것도 대학원 진학이었지만 결국 나는 일단 취업을 택했다. 매일 거지같다고 욕하면서 그지같이 다니고 있다. 지금 이걸 쓰는 순간에도 나는 퇴사 디데이를 센다. 대학원을 가면 달라졌을까? 그건 또 아닐 것 같다.


 그래도 사주를 보는 건 위안이 된다. 뭔가 일이 내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을 때,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사주가 이래서구나’라고 생각한다. 책임을 물을 상대가 생긴 거다. 당연히 모든 일에 사주를 들먹이는 건 아니고 단지 내가 나를 위로하는 방식이다.


 더이상 운세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 내일도 당연히 행복할거야. 불확실한 운세보다 확실한 예감을 갖게 되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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