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이직을 준비한 영상 PD 윤 인터뷰 (2)
-인터뷰 (1)에 이어서-
첫 취업 전에는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셨었는데,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제일 큰 이유는 도망이었어요. 취업으로부터의 도망. 일본을 고른 이유는 (저에겐) 일본어가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였어서예요. 그 당시엔 제가 할 수 있는 외국어가 없었으니까. 처음엔 한국어교사를 할 생각이었어서 일본어를 배웠었거든요. 다른 나라 말을 알면 의사소통이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아서. 그런데 한국어교사가 되지 않았고,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됐죠.
전공으로 취업하고 싶지도 않고 영상일을 하기에는 자신이 없고. 그래서 놀았다 할 수 없으니까 워홀이나 가자! 하는 생각으로 가게 됐어요.
워홀 전과 워홀 후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이유도요.
-도전이 덜 두려워졌다는 것. 일본에 딱 처음 가니까 간단한 것도 못 하겠는 거예요. 마트 포인트 카드 만들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해서 애를 먹고, 지하철을 잘못 타서 나가고 싶은데 말이 잘 안 통해서 답답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 온갖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는데도 족족 떨어졌어요. 한국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일본에서는 다 도전이 된 거예요. 그래서 일본에서 1년 동안 이를 갈면서 생각했죠. 말 통하는 한국 가면 뭐든 그냥 해야겠다. 한국에 돌아오니 익숙한 공간이 있고, 익숙한 언어를 사용해서 너무 행복했어요.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경험으로 이전보다는 확실히 도전하는 데 과감해진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소심한 성격이고, 새로운 환경에 놓여지는 걸 힘들어했거든요.
워킹홀리데이를 추천하시나요?
-네. 저는 모든 친구들에게 꼭 추천해요. 외국에서 살아보라고요.
지금은 이직을 준비하고 계시죠. 첫 번째 취준 때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마음가짐이 달라졌나요? 만약 있다면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는지도요.
-첫 번째 취업 때는 흐름이 잘 맞았어요. 그때 계속 떨어졌으면 아마 영상 일을 안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첫 번째 회사는 지방에 있는 영상 회사였어요. 사장 포함 총 직원이 세 명이었는데 임금도 밀리고 야근 수당이 없는 회사였어요. 하지만 취준 시절로 돌아간다면 저는 그 회사를 또 선택했을 것 같아요. 일단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었고, 배울 수 있는 점도 있었어요.
첫 회사를 퇴사하고, 이번에 경력직으로 이직하려니까 '나름 2년차 경력인데 이것밖에 없어요. 뽑아 주실래요?'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아픔도 한 번 겪고 성장을 했죠.
회사를 고를 때 연봉, 워라밸, 잡플래닛 별점, 거리 등 여러가지 요소 중 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처음에는 연봉에 좀 집착했어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 오는 거다 보니까 최소한의 생활비도 필요하고. 근데 그거에 집착하니까 제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못 가더라고요. 지금도 현실적이긴 한데, 워라밸을 가장 많이 고려해요. 영상 프로덕션의 경우는 워라벨이라는 게 전혀 없거든요. 야근수당을 주는 곳도 많이 없고. 영상 쪽 일을 하면 대부분 그러긴 하지만, 저는 제 개인의 삶도 못 놓겠더라고요. 그래도 워라밸보다 더 중시되는 건 재미 같아요. ‘이 일을 할 때 재밌을까’하는.
이직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나요.
-너무 현실이 또렷하게 보는 게 가장 힘들어요. 저는 제가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도 그 안에 머물러있고 싶거든요. 그렇게 머물러있다 보면 세상은 저를 가만 두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직 준비를 하니까 현실이 저의 눈에 너무 잘 보여요. 저는 안주하고자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 게 힘들지, 서울 살이 자체가 힘든 건 아닌 것 같아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게 된 구체적인 계기와, 상경한 후에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영상 일을 하기에 지방은 너무 좁아요. 물론 회사 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서울에 있어서 힘들다기 보다는 막막한 취업, 좁은 고시원, 낯선 환경, 혼자인 게 힘들게 느껴지다가도 고향에 머물러서 취업 준비를 했으면 게으름을 더 피웠겠구나 싶었어요. 서울에서는 월세를 내야 하니까, 뭐라도 해야 하잖아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추상적이어도 좋아요.
-적당히 벌면서 소소하게 살고 싶어요. 엄청난 부자가 되면 좋지만 그것보다는 일 끝나고 친구와 한 잔 하고, 가끔 혼자 야구장에서 팀을 응원하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뒹굴 거리다가 다시 월요일에 출근하는. 그런 평범한 삶!
야구장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기아타이거즈의 오랜 팬이시죠. 야구 말고 관심 가는 다른 스포츠가 혹시 있나요? 직접 하는 거든, 경기를 보는 거든 무엇이든지요.
-전에는 축구랑 배구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야구만 좋아해요. 최근에는 친구랑 배드민턴을 한다고 배드민턴 경기를 몇 번 봤는데, 결국 보다 말았어요. 배드민턴은 경기를 보는 것보단 직접 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자꾸만 더 높이 올라가야하는 상황에 처하는 게 힘들다고 하셨던 적이 있어요.
-저는 항상 생각해요. 왜 적당히 살 수 없을까. 큰 꿈을 꾸지 않아도, 평범한 생활 속에서 느끼는 보통의 감정이 좋아요. 그래서 열정 가득해야 하고, 간절해야 하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발버둥쳐야 하는 삶이 싫어요. 그런데 세상을 자꾸 저를 벼랑끝으로 몰더라구요. 올라가지 않으면 결국 떨어지는 방법 밖에 없는. 이번 이직도 그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되도록 지방에 있고 싶었거든요. 서울은 복잡하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환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고, 그렇다면 또 미래를 생각해서 힘겹게 올라가는 방법밖에 없구나, 싶었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요즘 하는 가장 작은 고민은? 진짜 사소한 거요. 이유도 궁금해요.
-지금 쓰는 휴대폰이 아이폰8이거든요. 6년 정도 사용했는데, 곧 생명을 다할 것 같아서 바꾸려고 해요. 아이폰13을 살지,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15를 살지가 고민이에요.